[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10)
기사입력 1997년 01월 28일 14시 44분
빠삐용의 사파리 공화국은 순탄하게 돌아갔다. 2인자인 칠성이 마음을 비우고, 제갈공명 뚝심이 살림을 맡아 `교통정리'를 하니 갈등이 생길 게 없었다. 특히 그동안 모든 정치일정의 프로듀서 역할을 했던 뚝심은 알렉산더가 제거된 뒤 자신이 사파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자 비로소 속마음을 드러냈다. 알렉산더가 가장 총애하던 암사자 데릴라를 아내로 맞은 것이다. 빠삐용이 왕위에 오른 뒤 논공행상을 하는 자리에서 뚝심은 데릴라를 요구했다. 알렉산더의 조강지처와 같은 데릴라를 노린 뚝심은 그동안 알렉산더를 제거하기 위해 빠삐용과 칠성을 교묘하게 움직인 것이었다. 뚝심은 음흉할 만큼 치밀한 수순으로 데릴라를 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천하의 뚝심이라도 전혀 예측 못한 사건이 생겼다. 사파리의 `총독' 같은 사육사들이 사파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새로운 전환점을 만든 것이다. 사육사들은 빠삐용 정권이 안정되자 쿠데타를 하다가 빠삐용의 배반으로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아파트에서 요양을 하던 해골파 두목 용팔이를 사파리에 꺼내놓았다. 부상에서 완쾌한 용팔이는 운동부족으로 살이 조금 찌긴 했지만 덩치가 더욱 커져 힘이 더 붙어보였다. 게다가 반역자 빠삐용이 왕위에 있으니 빠삐용의 `정적(政敵)'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보스를 잃고 지리멸렬해졌던 해골파 조직원들은 용팔이의 복귀와 함께 활기를 되찾아 빠삐용 정권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 규합됐다. 용팔이의 위용은 대단했다. 용팔이가 사파리에 처음 출근하자 사파리 구석구석에 박혀있던 해골파 식구들이 달려나와 맞았다. 마치 감옥에서 나오는 보스를 맞는 조직폭력배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다. 용팔이는 사파리 한복판에서 우드득 소리가 나게 기지개를 켠 뒤 사파리를 천천히 돌며 자신의 건재를 알렸다. 용팔이 뒤에는 천하를 비롯해 해골파 조직원들이 시위라도 하듯 뒤를 따랐다. 빠삐용을 비롯해 뚝심, 칠성 등 집권세력은 당황했다. 특히 용팔이를 배반했던 빠삐용은 왕위가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