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 두가족 (8)
기사입력 1997년 01월 26일 15시 33분
털보파 빠삐용이 사파리의 왕이 됐지만 실질적인 지도자는 백골파의 모사꾼 뚝심이었다.욜팔과 알렉산더의 제거 꺽쇠의 친위쿠데타 사전진압 등 사건 때마다 제갈공명 뺨치는전략으로 빠비용을 왕으로 등극시킨 장본인이 바로 뚝심이었다. 빠삐용이 정치 실권자라면 뚝심은 제사장 같은 정신적 지주였다. 빠비용은 알렉산더처럼 모든 일을 뚝심에게떠 넘기고 더욱 늘어난 자기의 암사자와 놀기에 바빴다. 차기 대권을 약속받은 2인자 칠성도 신분 상승과 함께 자기 지분으로 받은 암사자들과 세월을 보냈다.사파리에 오랜만에 평화가 찾아온 셈이다.그러나 이같은 평온은 곧 깨지고 말았다. 사육사들이 심술을 부린 것이다. 사육사들은 사파리에서 큰 싸움이 나는 것을가장 경계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평화 역시 싫어한다. 사자들이 긴장을 하지 않으면 사파리가 활기를 잃어 관람객들이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구경꾼은 언제나 '남의 싸움'을 즐기게 마련이다. 사파리도 마찬가지다. 비록 갇힌 사자라도 초원의 야성을 가능한 한 고스란히 갖추고 있어야 사파리 구경을 재미있어 한다.서커스단의 사자나 호랑이 등 야생 동물들은 엄밀하게 따지면 이미 야성을 잃은 박제와 같은 존재이다. 서커스단에서는 맹수의 야성을 없애기 위해 절대로 생고기를 먹이지 않으며무엇보다도 피를 먹지 못하도록 한다. 한번 피맛을 들이면 본능적으로 타고난 야성을 되찾기 때문이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고기를 먹이는 것도 바로 이같은 까닭이다.또 어린 시절부터 말을 듣지 않으면 무지막지하게 폭력을 휘둘러 사람의 무서움을 뼛속 깊이 사무치게 한다. 그러나 사파리는 다르다. 모든 먹이는 생고기다.보통 먹이로 쓰는 닭은 털을 뽑고 내장만 뺏기 때문에 야성을 유지하기에 충분하다. 아프거나 식성을 잃은 사자에게 주는 쇠고기도 날 것이다.그만큼 기를 살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가지 사자들이 무서워하는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