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프로선수 개성 죽이기 인가
기사입력 1997년 01월 26일 15시 31분
（）의 `농구황제' 마이클 （ ）은 지난 95년 잠시 야구판으로 외도를 감행한 적이 있다. 당시 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등번호로 45번을 달았는데 지난해 에 복귀했을 때도 45번을 그대로 단채 코트에 나섰다. 돌아온 이 등번호를 23번에서 45번으로 바꾸면서 환호성을 지른 이들은 스포츠 의류업자. 23번이 새겨진 의 티셔츠를 과감히 버린 ` 마니아'들이 45번이 박힌 새 티셔츠를 사기 위해 1백달러 지폐를 들고 스포츠용품사에 장사진을 쳤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로농구선수에게 등번호는 `제2의 얼굴'이자 `상표'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일화다. KBL（한국농구연맹）은 오는 2월1일 출범하는 한국프로농구 선수들의 등번호로 4번부터 15번까지와 22, 33, 44, 55, 00번 등 중복되는 숫자만을 허용했다. 등번호를 제한한 이유는 심판들의 수（手）신호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1번부터 3번까지의 등번호는 파울이 발생할 경우 심판이 기록석에 알려주는 수신호가 자칫 벌칙으로 부과되는 자유투 개수와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손만으로도 신속한 수신호가 이뤄지고 기록석에서도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15번 이상의 번호 역시 제한했다. 예를 들어 37번 선수가 파울을 범했을 경우 먼저 손가락 세개로 십단위 3을 나타내고 다음에 손가락 7개로 단단위를 표시하면 신호가 복잡해져 기록석에서 혼동할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팀당 등록선수를 17명으로 제한한 KBL은 "등번호를 17개로 제한할 경우 선수관리가 훨씬 수월하다"고 밝혔다. KBL이 등번호를 국제농구연맹（FIBA）식으로 못박자 일부에서는 선수들의 개성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이 선호하는 특색있는 등번호만이 프로화 시대에 걸맞은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으며 스타들의 고유번호가 의 경우처럼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단들은 복사판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의 규정에 충실한 한국프로농구가 선수들의 등번호에서 굳이 FIBA의 케케묵은 제도를 따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