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즈] 완주하는 것이 목표
기사입력 1997년 01월 25일 15시 17분
남루한 스키복과 스키장에서 빌려주는 싸구려 스키보다도 못한 장비. 화려하고 원색의 물결이 넘치는 슬로프에 남루한 한 스키어가 유독 눈에 띈다. 그가 `튀는' 것은 낡아 빠진 초록색 파카와 스키 뿐만 아니다. 까무잡잡한 피부는 누구나 한번쯤 되돌아보게 만든다. 바르와 사르파라즈 아메즈（26）. 펀잡대학 졸업반인 그는 이번 동계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유일한 파키스탄 선수다. 임원 2명과 함께 초미니 선수단을 구성, 무주를 찾은 그는 파키스탄의 동계유니버시아드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가 출전할 종목은 스키 알파인의 회전과 대회전. "몇위를 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으로 대답한다. "나는 （FIS）에 등록된 정식선수가 아니다. 그냥 스키를 즐기다가 대학생들의 축제인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하게 됐다. 성적에 대해서는 더이상 묻지 말라." 그가 출전했던 국제대회라곤 지난해 이란에서 벌어진 무명의 국제스키대회가 전부. 그나마도 완주하는데 그쳤다. 파키스탄에는 2개의 스키 리조트가 있지만 그다지 이용하는 사람이 없고 이용할 수 있는 기간도 1년에 고작해야 2∼3개월. 정식선수도 없거니와 군인들이 주로 스키를 타는데 그것도 파키스탄이 아니라 아르메니아에 가서 스키를 탄다고 사르파라즈 아메즈는 설명한다.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의 희망은 변호사.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하며 공부를 등한시하는데 대해 그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유니버시아드는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이지 세계 운동선수들의 축제가 아닙니다." 메달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르파라즈 아메즈가 진정한 유니버시아드의 정신을 살리고 있는 선수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