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가발-손톱청소기 등 상품 불티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52분
불황과 조기퇴직 신드롬, 노동법 안기부법 파동과 그에 따른 파업의 여파로 유통업계의 판매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꿋꿋하게 매출신장을 보이고 있는 아이템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남성용 가발과 목욕용품, 손톱청소기, 보온도시락, 보온병 등이 그것으로 이들 상품은 뒤숭숭한 세태와 맞물려 날개돋친듯 팔려나가고 있다. 남성전용 매장을 설치한 서울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가발과 손톱청소기, 목욕용품 등 미용용품이 다른 상품군과 비교해 유난히 잘 팔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예전에 비해 30∼40대 장년층 고객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는 것. 매장관계자들은 조기퇴직과 명예퇴직 등으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딛는 샐러리맨들이 스스로 외모라도 가꿔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각 백화점마다 겨울방학인데도 보온도시락과 보온병의 판매가 부쩍 늘고 있다. 한사람당 5천원은 넘어야 그런대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에서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도시락을 지참해 식비 부담도 줄이고, 균형잡힌 영양식을 섭취할 수 있는 장점으로 보온도시락과 보온병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먹거리 가운데서는 식품부의 김밥 판매신장세도 눈여겨 볼 만하다. 날이 추워지면 판매가 감소하던 예년에 비해 올겨울은 점심식사 시간과 식비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 김밥을 많이 찾는다는 것. 주류매장에서는 과거 잘 팔리던 비싼 위스키나 코냑 대신 와인의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돼 유흥업소를 찾기보다는 가정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매일 1∼2잔 정도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와인이 선물로 주고받기에 좋기 때문. 쁘렝땅백화점 판촉과의 서영주씨는 "가장 큰 대목인 겨울세일 기간에 오히려 마이너스 신장을 보이는 극심한 불경기속에서 미용용품과 보온도시락 등 몇몇 상품들이 약진을 보여 의외"라면서 "따지고 보면 이들 잘 팔리는 상품은 시류를 잘 탄 것들"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