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김민호 '아! 옛날이여'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34분

◇…다음달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외전지훈련을 앞두고 요즘 8개구단은 마무리 국내훈련에 땀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주 물좋고 공기좋은 곳에서 선수단 훈련을 갖고 시즌준비에 들어간 현대와 롯데 얘기부터 들어볼까요. ◇…현대는 강릉 경포대, 롯데는 경북 덕구온천에서 체력훈련을 했는데 술에 얽힌 뒷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바로 현대 강명구사장과 롯데 배대웅 수석코치 얘기죠. 강사장은 호텔서 아침식사를 마치자 마자 직접 제조한 폭탄주를 먼저 마신 뒤 취재기자들에게 잇달아 권해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어떤 기자는 "강릉 앞바다가 빨갛다"고 말할 정도로 과음을 해 이른 아침부터 초주검이 될 정도였는데 얼굴색 하나 안변한 강사장은 "오후에 서울서 약속이 있다"며 자리를 훌훌 털고 비행기로 떠나 기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답니다. ◇…롯데 배대웅코치는 술때문에 혼쭐이 났다면서요. ◇…덕구온천 인근에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던 롯데 코치들은 약식으로 우승기원제를 지냈어요. 청주가 없어 45도짜리 안동소주로 대신했는데 맥주 한잔에도 얼굴이 벌개지는 배대웅코치는 과일주로 생각하고 벌컥벌컥 두잔이나 들이켰습니다. 배코치는 첫잔이 목에 `턱' 걸리자 "향불 연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코치들의 권유로 두잔째를 받고 나서는 다리가 꼬이고 후들거려 엉금엉금 기다시피해서 산을 내려왔다는군요. ◇…삼성은 사장 경질에 이어 지난주 김대훤 단장이 야구단을 떠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다행히 김단장은 전임 이광진 사장과는 달리 이사로 이동해 오히려 영전된 격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김단장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한결같이 아쉬워 하더군요. 선수들은 "올해는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김단장을 근사한 자리에 초청하자"고 결의했답니다. ◇…삼성 투수들이 혹독한 훈련으로 연일 파김치가 되고 있다죠. ◇…체력훈련중인 삼성 투수들은 지난 18일 300@ 달리기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300m를 50초 안에 돌아야 하는 훈련을 7차례나 반복해, 특히 과 은 머리가 아파 점심도 먹지 못했다는군요. 반면 등 `소장파'들은 평소보다 식사량을 2배나 늘리는 왕성한 체력을 과시해 대조를 이뤘습니다. ◇…OB 가 "이젠 내 인기도 한물 간 것 같다"며 입이 한자나 튀어나왔습니다. 는 지난 17일 오전훈련을 마치고 구단사무실에 잠깐 갔다가 호기심에 PC통신 대화방에 들어갔어요. 처음에는 야구선수라고 하면 팬들이 너도나도 말을 붙일줄 알았는데 "안녕하세요. OB 베어스 야구선수 입니다"라고 인사말을 띄운지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응답이 없는거예요. 5분쯤 지나서 한 팬이 메시지를 보내 왔는데 뭔지 아십니까. "순님은 저의 영원한 우상입니다"라고 씌어 있었답니다. ◇… 송유석이 행복한 푸념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작년 11월5일 해태에서 이적된뒤 쉴틈없이 계속되고 있는 훈련 때문이죠. 한겨울에 공을 잡는 것이 처음이라는 송유석은 "몰라보게 하체의 근육이 단단해지고 있다"면서도 힘에 부치는 것은 어쩔수 없었는지 "겨울훈련이나 끝나고 팀을 옮길 걸"하며 죽는 시늉입니다. 지난 87년 프로입단뒤 작년까지 10년 동안의 `겨울 습관'을 바꾸려니 무척이나 낯선 모양입니다. ◇…해태투수 이재만이 결혼한지 열흘만에 부인과 이별하는 아픔을 맛봤습니다. 이재만은 지난 15일 대만전지훈련에 합류, 31일 귀국할 예정인데요. 게다가 2월12일부터 3월15일까지는 전지훈련을 떠나게돼 신혼 석달동안에 부인과 함께 지낼 날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부인 최미희씨는 15일 까지 배웅을 나가 주위의 뜨거운 시선을 모았습니다. 최씨는 "남편이 잘 되자고 하는 일인데 어쩔수 있나요"라면서도 못내 아쉬워 하더군요. ◇…의 잠실구장 라커룸에 이색 대자보가 나붙었습니다. 최근 미국 스포츠주간지에 실된 의 강타자 토니 그윈의 대형 사진을 붙여놓고 `이런 점을 배우자'며 친절한 번역까지 곁들였습니다. 스윙 자세를 분석한 것은 물론이고 시즌 때도 늘 비디오를 통해 최고의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내용을 보면서 선수들은 새로운 자세를 배우고 있다는 군요. ◇…작년 7위에 그친 대가로 유난히 많은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단중 가장 바쁜 사람은 김용달타격코치일 겁니다. 오후 2시쯤 전체 훈련이 끝난 뒤에도 허문회 김선진 등의 특별 타격훈련을 지도하다보면 4시가 넘어 점심을 거르기 일쑤지요. 이쯤에서 하루의 일과를 끝내려하면 공익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종열이 나타나 다시한번 김코치를 괴롭힌답니다. 김코치는 "선수가 있으니 어쩌겠냐"며 또다시 땀을 흘리지만 "오히려 이런 날 기분이 더 좋다"고 말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