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한지붕두가족 (3)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25분
털보파 보스 빠삐용이 사파리의 `황태자'가 된 것은 알렉산더를 비롯해 백골파 모든 조직원들이 인정한 것이지만, 문제는 빠삐용의 심복 쌍털이었다. 쌍털은 갑작스런 신분 상승에 취해 사파리를 휘젖고 다녔다. 사파리의 통치자 알렉산더에게만 예의를 겨우 갖출 뿐 백골파의 다른 조직원들에게는 안하무인으로 대했다. 행동대장 꺽쇠를 비롯한 백골파 조직원들은 그런 쌍털을 보고 한없는 분노를 느꼈지만, 그럴 때마다 비서실장 뚝심이 다독거려 충돌을 겨우 피할 수 있었다. 백골파 식구들이 폭발직전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쌍털은 날이 갈수록 천방지축으로 날뛰었다. 쌍털은 연립정부 출범과 함께 털보파에게 할당된 암사자 다섯 마리 가운데 빠삐용 몫을 뺀 두 마리를 다른 조직원들과 공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활화산처럼 폭발하는 욕정을 가진 쌍털은 하루에도 몇번씩 `배설의 쾌감'을 즐기고 싶었지만 암사자 두 마리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암사자의 발정기는 보통 20일에 한 번씩 찾아와 일 주일쯤 계속된다. 그러니 암사자 한 마리가 수사자를 상대해주는 날은 한 달에 열흘이 못됐다. 알렉산더나 빠삐용처럼 암사자를 여럿 거느린 두목들은 언제나 발정기를 맞은 암사자 한두 마리쯤을 곁에 두고 있어 날마다 성욕을 해결할 수 있지만, 쌍털처럼 두 마리밖에 갖지 못한 수사자들은 넘치는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쩔쩔매야 했다. 백골파와 털보파의 연립정부가 서기 전까지만 해도 숫총각 신세를 면치 못했던 쌍털로서는 한 달에 열흘이라도 섹스를 즐길 수 있게 된 게 큰 호강이지만, 한번 맛본 쾌감을 참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 30번이 넘도록 사정(射精)을 했던 쌍털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수도승 생활'을 견디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암사자 두 마리가 모두 `문'을 닫은 어느날, 쌍털은 결국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암사자와 황홀하게 지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던 쌍털은 사파리를 돌아다니다가 `암내'를 맡았다. 발정기가 되면 식음을 전폐하고 수사자를 불러들이는 `바람둥이' 로니였다. 한데 로니는 털보파에 배당된 암사자가 아니라 백골파 조직원들의 공유물이었다. 쌍털은 치솟는 욕정을 느끼면서도 다른 파의 암사자를 건드리면 안된다는 사자세계의 불문율 때문에 주저했다. 바로 그 순간, 쌍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로니가 끈적끈적한 몸짓으로 유혹하는 몸짓을 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