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기사들] 더 기다려볼 걸
기사입력 1997년 01월 19일 17시 11분
학교엘 다시 갈까, 검정고시를 칠까, 아니면 그냥 없던 일로 할까? 요즘 꿈나무 프로기사들의 어린 가슴이 적잖이 설레고 있다. 선배기사 5명이 올해 바둑계 최초로 대학특기생으로 진학하자, 부러움반 아쉬움반의 싹이 트고 있다. 학창시절 대부분 줄곧 반장을 하거나 전교석차를 다퉈온 어린 프로기사들은 바둑과 학업을 놓고 고민에 빠진다. 바둑의 외길을 걷자니 출석이 어렵고 공부가 울고, 학업을 좇자니 바둑에 전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문과（3년）에 진학한 남치형 초단이나 전교 우등생인 하호정 초단（반포고2년）등은 학업을 택한 경우이나, 대부분은 바둑의 외길을 걷는다. 신예 정상 최명훈 5단은 일찌감치 초등학교 졸업 후 진학을 포기했다. 동갑내기 이창호 9단이 한때 군문제로 고민할 때 최5단이 학력부적격으로 군면제 판정을 받자, 유재형3단, 이세돌, 박지훈 초단 등 상당수가 최5단 뒤를 따랐다. 바둑사단으로 통하는 충암학원이 이창호 9단이 졸업하던 2년 전 야간고를 없애면서부터는 출석 등의 특혜가 어려운 정규 고교진학을 포기하는 중학 중퇴자가 속출했다. 96바둑문화상 신예기사상을 받은 목진석 2단이나 안조영 3단은 충암중2학년 때, 여류 김효정 초단은 가락중2학년 때 자퇴서를 써야 했다. 바둑으로 대성하려면 학업포기 결심이 빠를수록 좋다는 선배들의 경험을 이어 조기 자퇴한 기사 수는 중－고생에 해당하는 21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성재 4단과 김명완 3단이 , 서무상 2단과 김만수 2단이 , 김태향 초단이 에 바둑특기생으로 입학하자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버텨볼 걸'하는 아쉬움이 생긴 것. 목진석 2단과 안조영 3단 등은 최근 학교에 재진학 여부를 알아봤다. 그러나 한학년을 꿇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학교측의 답변을 듣고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김효정 초단 등은 재진학 대신 아예 검정고시를 칠까 하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꿈나무들의 `맏형'으로 통하는 대졸기사 최규병7단은 "대다수 꿈나무들이 바둑 때문에 학업을 일찍 포기하다보니 일부에선 바둑인들의 학력저하를 상당히 우려한 게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만큼 일선 중－고교에서 프로 기사의 특수성을 감안하는 전향적인 학교행정만 펴준다면 어린 기사들이 학교를 포기하지 않고도 충실히 바둑을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