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차 한잔과 이야기꽃

기사입력 1997년 01월 14일 14시 27분

◇…`꿈의 제전' 98프랑스월드컵을 향한 국가대표 축구팀의 힘찬 진군이 시작된 한 주였습니다. 지난해 말 아시안컵 참패의 수모를 딛고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는 국가대표팀은 새 사령탑 차범근 감독을 중심으로 면모 일신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지요. `차범근 호（號）'의 첫 시험무대가 될 호주 4개국대회（17∼25일·）에서 대표팀이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유달리 선수 교체의 폭이 컸던 이번 대표팀 재구성으로 각 구단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표팀은 월드컵 지역 예선과 최종예선으로 장기간의 외유가 불가피해 구단들로서는 `손익계산'에 신경을 곤두 세울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요. 특히 신생팀 대전 시티즌은 무명 신인 의 대표 차출을 놓고 코칭스태프와 구단관계자들 사이에서 묘한 입장차이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9일 아침 동계전지훈련지인 진주에서 축구협회로부터 의 대표발탁 소식을 들은 김기복 감독은 "신생팀이라 가뜩이나 자원이 부족한데 핵심선수를 빼가면 어떡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반면 대전 구단사무실에 있던 강영구 사장은 "우리팀에도 대표선수가 나왔다"며 기쁨을 표시한뒤 이튿날인 10일에는 진주로 내려와 를 격려한뒤 자신의 차로 대표선수들의 집결지인 서울 타워호텔까지 데려다 주는 성의를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국가대표팀의 티（TEA．茶）타임이 화제라면서요. ◇…그렇습니다. 티타임은 차범근 감독이 선수들과 대화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매일 저녁 9시45분부터 약 15분간 허심탄회한 대화로 진행되는데 선수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0일 소집 첫날부터 꾸준히 자리를 마련해 온 차범근 감독은 "자주 만나 얼굴 익히고 마음에 묻어둔 얘기를 함으로써 서로간에 벽을 허물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개각'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지요. ◇…20여명의 극렬 축구팬들이 지난 9일 종로구 견지동에 위치한 축구협회 사무실에 난입, 대표팀 감독 선임과 축구행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2시간여동안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협회의 일부 직원들이 부상을 입기도 했는데 급기야 협회측은 경찰을 불러 이들을 해산켜야 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이 지난 7일 이사회때문에 연초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7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였지요. 오후 2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외국인 심판 도입과 예산 수정안을 의결했으나 연맹 전담 대행사인 문제로 무려 5시간을 끌어 정작 중요한 사무총장 추인문제에 가선 두리뭉실 넘어가고 말았던 것이지요. 결국 연맹은 시간에 쫓겨 30분동안의 약식 논의 끝에 박총장의 임명 동의안을 처리했는데 이 장면을 지켜본 일부 축구관계자들은 "연맹의 저의가 짐작된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프로축구계로 눈을 돌려볼까요. ◇…먼저 천안 일화 관계자들이 요즘 훈련지를 구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당초 강릉, 동해 등지에서 합숙훈련을 할 예정이었으나 최근에 내린 폭설로 그라운드가 빙판으로 돌변하는 바람에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지요. 다급해진 구단에서는 서둘러 진해 마산 진주 등 남쪽지방의 운동장을 물색하고 있으나 마땅한 구장이 나타나질 않고 있답니다. 할수 없이 경기도 용인의 연습구장에서 훈련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땅이 얼어 있어 1백％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빨리 훈련지가 나타나야 할텐데 큰일입니다. ◇…울산 현대 축구단은 의 휴업에도 불구하고 100％ 출근률을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요. ◇…노조원들의 파업과 부분조업에 맞서 휴업을 선언한 는 필수 관리직 인원들만 출근하고 있는데 직원 13명은 모두 정상 출근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쯤되자 구단측은 지난 13일 총무부와 인사부로부터 "회사가 휴업인데 왜 출근했느냐"라는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구단 직원들은 "우리도 모두 필수인원이다. 선수 재계약문제, 전지훈련 등 일정이 산적해 쉴 수 없다"고 응수했다고 합니다. ◇…지난주 포항에서 가장 운좋은 사나이는 다름아닌 황선홍이었다면서요. ◇…포항 선수들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3박4일간 해병대 입소 교육을 받았는데 만 대표팀 소집으로 하루 훈련만 받고 살짝 빠져나온 것이지요. 매서운 바람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운 겨울날에 4일동안 유격훈련에 시달렸던 선수들은 하루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을 그렇게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가 없더랍니다. 이 내심 쾌재를 부르며 서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은 당연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