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날] 사탄 깨우려는 불온한 여성
기사입력 1997년 01월 13일 14시 24분
과연 지구의 종말은 도래할 것인가. 이 종말론을 소재로 한 컬트적 색깔의 영화 `야수의 날'(The Day of The Beast)이 국내에 수입공개된다.(18일 ) 사탄의 출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산하고 흉포한 사건들을 다룬 이 영화는 95년 스페인 고야상의 감독상을 비롯한 6개부문, 96년 브뤼셀 국제환타지영화제와 프랑스 제라르메 환타스틱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저력의 문제작'. 종말론을 근거로 했던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 또는 악마와의 싸움을 영화화했던 70년대의 `오멘' `엑소시스트', 80년대의 `세븐 사인'과 90년대의 `12몽키즈' 등과 견주어 구성과 형식적인 측면에서 뚜렷하게 차별되는 영화다. 호러무비의 전형화된 이야기 전개방식을 무시하고 화면가득 악마적 주술에 의한 긴장감으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일종의 사타닉 스릴러(Satanic Thriller)다. 신학자인 앤젤신부가 25년간의 연구끝에 요한계시록에 숨겨져 있던 세계종말의 메시지, 즉 적그리스도의 탄생을 찾아내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앤젤신부는 탄생시점만 알아냈을 뿐, 장소를 알지 못하자 사탄을 부르기 위한 방법으로 폭력과 독설 등 온갖 사악한 여정을 자청한다. 심령학자와 데스메탈의 신봉자인 레코드가게 점원도 앤젤신부의 사탄 여정에 동참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종말론이라는 무겁고 음산한 주제를 엉뚱한 상황과 유머로 풀어간다는 점. 관객들이 공포를 예감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슬쩍 웃음을 던지고, 웃긴다고 여기는 대목에서는 섬뜩한 공포를 안겨주는 알렉스 드라 이글레시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이 단연 돋보인다. 종말이든 구원이든 악마성은 인간의 내부에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은근한 메시지와 데쓰메탈의 배경음악, 또 돈키호테와 산초를 비틀어놓은 듯한 앤젤신부 등 등장인물의 캐릭터 등도 이 영화의 또다른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