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옛 과부들은 동전굴리며 외로움 달래
기사입력 1997년 01월 11일 15시 03분
원시의 억센 기운이 감도는 트로브라안드의 남쪽 지방과 그 이웃인 바크타 섬에는 `야우사'라는 풍습이 남아있다. 야우사는 여성들이 집단으로 사나이를 습격하여 하복부 가리개를 찢어 버린 뒤 차례로 사나이를 욕보이는 풍습이다. 때로는 사나이의 코나 입에 그것을 비벼대거나 사나이의 입에 소변을 배설하기도 하며, 어떤 여성은 사나이의 정액을 받아 삼키기도 한다는데, 아마도 여성들의 성욕을 한꺼번에 해소시켜 주는 풍습이었던 모양이다. 여기에 비하면 고대 일본의 `요바이'는 한결 고상한 풍습처럼 보인다. 시집갈 나이가 된 처녀를 외진 구석방에 방문을 잠그지 않은 채 혼자 두면 뜻이 있는 청년들이 몰래 기어들어가 동침을 요구한 뒤 마음이 있는 사람이 정식으로 청혼하여 혼인하는 풍습이 요바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다 자란 딸이 있는 집에 요바이하러 오는 청년이 없으면 애를 태웠고, 여러 청년들과 요바이를 한 딸이 있는 집에서는 매력적인 딸을 두었다 하며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희한해 보이기는 해도 어찌 보면 육체의 순결보다 정신의 순결을 정조의 척도로 삼은 셈이므로 야우사보다는 요바이가 한결 나아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보쌈이란 풍습이 있었다. 이 풍습은 남편과 사별한 과부를 자루에 담아 데려오는 것으로, 평생 한 남편만을 섬겨야 하는 당시 사회 관습에서 개가(改嫁)를 묵인해주는 비공식적인 장치였던 셈이다. 그러나 일부 아녀자들은 정조를 지키기 위해 보쌈을 당하면 품속에 고이 간직한 은장도로 생명을 끊거나 천장에 목을 매달기도 했다. 이들은 외로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정염이 일어날 때면 동전을 굴리며 외로움을 견뎠다. 어찌나 동전을 많이 굴렸던지 동전 끝이 닳아버려 이를 사인전(死忍錢)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지조는 정신적인 것이고 정조는 육체적인 것이라고 구별하여 육체의 순결을 정조의 척도로 삼았다. 어쨌든 지조를 꺾는 것도 육체의 이익과 욕망을 위한 것이고, 부정을 저질러 정조를 버리는 것도 정신의 쾌락을 쫓는 방종에서 비롯된 것이니, 이런 유혹을 누르고 지조나 정조를 지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눈물겹고 고귀한 투쟁이 아닐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