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 조랑말-스노모빌, 설원위의 힘겨루기
기사입력 1997년 01월 09일 14시 16분
`조랑말이냐 스노모빌이냐.' 국내 최대규모의 겨울 관광축제 `97한라산 눈꽃축제' 준비가 한창인 에서 조랑말과 스노모빌이 때아닌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어 화제다. 를 대표하는 동물인 조랑말과 눈위의 모터사이클로 불리는 스노모빌이 한라산에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은 스키 때문이다. 겨울이면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는 한라산을 국내 유일의 자연설 스키장으로 특화시키는 방법을 모색중이던 가 스키어들을 운송하는 수단으로 조랑말과 스노모빌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리프트 시설이 없는 한라산에서의 스키를 위해 당초 최적의 방안으로 제시됐던 것은 헬리스키. 헬리콥터로 스키어들을 윗세오름까지 실어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한라산은 눈보라로 시계가 나쁜 날이 많아 비행 자체가 위험할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점 때문에 헬리스키는 물 건너 가고 말았다. 이래서 대체 방안으로 나온 것이 조랑말과 스노모빌. 토박이인 조랑말은 체구가 작지만 다부지고 추위에 강한데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어필하고 있다. 스키코스인 어리목∼윗세오름 3㎞구간은 등산로 경사가 완만해 1마리가 최대 4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반면 스노모빌은 뭍에서 공수해와야 하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조랑말에 비해 속도가 빠르고 간편하다는 강점이 있다. 또 눈이 많이 왔을 경우 발이 쑥쑥 빠지는 조랑말보다 기동성이 월등해 위험에 처한 스키어들을 구조하는데도 유리하다. 그러나 매케한 연기와 함께 굉음을 내고 질주하는 스노모빌이 방울을 딸랑대며 설화핀 산길을 올라가는 조랑말의 토속적 낭만에는 필적하기 어렵다. 눈꽃축제 준비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도청 관광국 고경실씨(41)는 "두가지 아이디어중 어떤 것을 채택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 대원칙은 한라산을 즐기되 훼손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승부에서 조랑말과 스노모빌중 어느쪽이 이기든간에 도행 비행기나 배편의 화물칸에 스키가 가득 실릴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