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타개] 사장들이 뛴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8일 15시 59분
`사장이 먼저 뛴다.' 고객만족을 위해 뛰는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 중앙개발 허태학사장과 애경백화점 채형석사장은 요즘 고객의 편의에는 직위 고하가 없다는 신념으로 `몸으로 때우기'를 실천하고 있다. 중앙개발 허사장은 지난 93년 10월 사장으로 부임하고 처음 가진 경영전략회의를 마치고 `설거지'로 분위기를 잡았다. 계열사인 구내식당에서 회의를 마친 허사장은 임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뜰 무렵, 와이셔츠 차림으로 주방에 들어가 접시를 나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른 임원들도 주방에 들어간 것은 당연한 수순. 중앙개발이 를 비롯해 안양 골프장, 동래골프장 등 서비스업종이 주종을 이루는 만큼 간부사원부터 친절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솔선수범한 것. 또 에선 불편한 점이 있으면 휴지를 줍는 사람에게 부탁하면 된다는 말이 있다. 휴지를 줍는 사람은 적어도 임원급의 `높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장 직원은 고객을 직접 맞는 서비스를 하고, 시간이 있는 임원은 휴지 줍기 등을 한다는 불문율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휴지 줍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든 형편. 임원들이 휴지를 줍다보니 아랫사람들이 먼저 주운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애경백화점 채형석 사장은 10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첫 세일기간 중 차량유도 등 주차관리요원으로 근무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채사장은 애경백화점 팀장（차장）급 이상 임직원들로 구성된 일명 `주차특공대'의 대장으로서 세일기간 중 직접 주차요원으로 활동하기로 한 것. 채사장은 노란색 모자를 쓰고, 1천4백대 동시 주차규모의 백화점 주차장 5개층에서 주차권발부, 차량유도, 대리주차, 고객 짐 운송 등 차량의 입－출고와 관련된 지원업무를 한다. 하루 평균 1만대 이상의 차량이 오가는 주차장 근무는 차가운 날씨와 차량매연 등으로 젊은 직원에게도 쉽지 않은 일로 채사장이 평소 내건 `1등서비스주의'의 일환이다. 고객 편의만이 경기불황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허사장과 채사장의 `몸짓'은 사장도 더이상 편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