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백수와 프리랜서 구별법
기사입력 1997년 01월 08일 15시 20분
백수가 늘고 있다. 새해엔 제발 백수가 줄어들길 바라며 이 야그를 한다. 평일 보통 시간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은 프리랜서 직업인이 거나 백수임이 틀림없다. 백수는 누구인가. 월 수입이 1백만원에 이르는 사람은 아니고 백조처럼 우아한 왕자같은 남성을 말하는 것도 아니며 백작처럼 귀티나는 사람도 아니다. 외래어 한 번 쓰자면 룸펜이고, 콩글리시로는 드라이 문(건달)이고 사회의 흔한 용어로 실업자다. 누군들 할말이 없을까만 백수도 자기 삶의 질이 다시 없이 고상하다며 몇가지 근거를 댄다. 첫째, 교통지옥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점을 든다. 하긴 아침 일찍 도로에 나갈 일이 전혀 없으니 말은 맞다. 둘째,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눕고 싶으면 눕고 일어나고 싶으면 일어날 수 있으니 맘껏 잔다는 것이다. 단, 그 잠이 결코 달지는 않을 거야. 셋째, 전화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중요한 전화가 올리도 없고 십중팔구는 잘 못 걸린 것이다. 넷째, 약속시간을 철저히 준수한다. 앞 뒤로 아무 일도 없으니 누구와의 약속도 1주전부터 준비한다. 백수를 자칫 프리랜서와 혼동하기 쉬운데 확실한 구분법이 있다. 1.백수나 프리랜서나 TV를 보기 힘든데, 백수는 없어서 프리랜서는 바빠서다. 2.백수는 낮에 자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못자며, 프리랜서는 밤늦게까지 일하기 때문에 낮에 잔다. 3.백수는 먹을 게 없어서 식사를 건너 뛰고, 프리랜서는 일하다 보면 식사를 잊는다. 4.백수는 시간이 남아 돌아 이 잡지 저 잡지를 뒤적이고, 프리랜서는 돈 되는 일을 찾느라 이 잡지 저 잡지를 뒤적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