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사냥] 제철 만났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3일 15시 19분
`넉사냥'을 아십니까. 겨울 레포츠의 꽃인 사냥 시즌이 한창인 요즘, 넉사냥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너구리 사냥의 준말인 넉사냥은 진돗개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 민족 전통 수렵의 하나. 올해 순환수렵장으로 지정된 전남－북 지역의 경우 이나 덕유산 등을 중심으로 약 3백여명의 넉사냥꾼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넉사냥을 위해 고향인 전북 남원을 자주 찾는다는 배용진씨（전북 전주시．자영업）는 "넉사냥은 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너구리를 사냥하기 때문에 농민들도 무척 좋아한다"며 "사냥에 나서면 대개 하루에 5마리 정도의 너구리를 잡는다"고 말했다. 진돗개의 사냥감은 너구리를 비롯해 노루, 꿩, 매, 물오리 등 `육－해－공'을 망라하고 있다. 사냥 방법은 진돗개 3∼4마리가 한 팀으로 구성돼 각기 수색조, 추적조, 생포조의 임무를 부여받는다. 두목은 평소 `신참'들에게 사냥 방법을 훈련하며, 사냥터에서는 작전을 총지휘하는 야전 사령관. 특히 개인 플레이에 능한 진돗개를 훈련시켜 손발이 척척 맞는 한 팀으로 만드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두목의 역할이다. 때문에 노획물을 생포해 주인에게 갖다 바치는 일은 `두목'의 고유 권한이다. 사냥이 시작되면 먼저 수색조가 예민한 후각을 이용해 사냥감을 쫓는데 이때 너구리가 화들짝 놀라 도망을 치면 추적조가 가세, 생포 작전에 들어간다. 만약 너구리가 운좋게 도망쳐 굴 속에 숨는다해도 생포는 시간문제. 굴 앞에 숨어 기다리면 한참후 너구리가 고개를 내밀고 밖으로 나오는데 바로 이 순간, 생포조가 민첩한 동작으로 사냥감을 낚아챈다. 하지만 사냥물을 죽이는 법은 절대 없다. 또 생포한 너구리는 상처를 치료한 후 반드시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게 넉사냥의 불문율이기도 하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 회장은 "우리나라 토종개인 진돗개는 영리하고 충직하면서도 수렵성이 뛰어나 예로부터 넉사냥 등에 두루 이용했다"면서 "최근 국제 대회에서 진돗개가 세계적인 명견으로 자리잡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넉사냥이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