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Y파일] 바둑2급인척 하다 줄행랑
기사입력 1997년 01월 03일 14시 08분
생활에 쫓겨 자신의 시간을 갖기 힘든 연예인들은 그렇기에 틈만 나면 취미 활동을 찾아 허덕인다. 역촌동을 지나던 가수 임지훈, 모처럼 남은 시간을 이용할까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흑백 바둑 살롱'이라는 간판이 하나 눈에 들어 온다. 바둑 두기를 남들보다 좋아하는 임지훈은 차를 세웠다. 그러다가 잠시 주춤, 임지훈의 바둑 실력은 하급자인 9급 정도, 기원에서 바둑을 두기에는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는 급수. 그러나 모처럼 얻은 시간이라 임지훈은 용기를 내어 기원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 어어라 가수 임지훈씨！" 바둑을 두던 사람들의 초점이 바둑판에서 일제히 임지훈에게 옮겨 온다. "와아∼, 가수가 바둑? 아무튼 반갑습니다. 몇급 두시죠?" 의외의 환대에 잠시 주춤하던 임지훈. 체면 치레를 할겸 급수를 상향 조정. "그냥 즐겨 할뿐이죠, 한 2급 될래나?" `아차, 이게 웬 망발? 9급을 2급이라고 했으니, 올려도 너무 올린 것 아냐? 들통 나면 무슨 창피！' 동수 2급과 바둑판을 마주 두고 앉은 임지훈의 어깨 너머로 귀추가 주목된다는 듯 몰려드는 사람들. 임지훈, 점잖게 앉아 대적을 하지만 바둑이고 뭐고 `이곳을 빨리 빠져 나가는 방법'만을 생각 할 뿐이다. 바둑이라는게 하급수건 상급수건 바둑알을 열댓점 놓기까지는 구분이 안되는 법, 아무튼 열댓점을 놓을 때까지는 2급이 아니라 1급으로서도 손색이 없는 착점.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고민에 빠져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임지훈의 처지를 더욱 더 난처하게 만드는 사건이 덧붙여지기만 한다. "역시 바둑이 2급이라 생각하는 시간이 길군요." `이 양반아…, 지금 장고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도망 갈 궁리를 하는거야?' 순간, 휴대폰 전화가 `삐리릭'요동을 친다. `히히, 바로 이거다.' 휴대폰을 귀에 바짝 붙인 임지훈, 상대가 누구건 알바 아니다. "뭐라구요? 방송요? 나 이런, 깜박했습니다. 지금 곧 가죠！" 전화를 끊고 벌떡 일어난 임지훈, 상대에게 넙죽 절을 한다. "모처럼 좋은 상대를 만났는데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아 아닙니다. 방송국인 모양인데 빨리 가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