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재즈를…] 일상탈출 꿈꾸는 군상들의 사랑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8일 14시 25분
## 선율 배경 형부 - 처제간 엇갈린 애정그려 ## 비현실적 인물 통한 코믹 연출 어색 아쉬움 `너에게 나를 보낸다' `아담이 눈뜰 때'에 이어 또한번 영화로 옮겨진 장정일의 소설, `너희가 를 믿느냐'. `너에게…'와 `아담이…'가 장선우 김호선 등 중견감독에 의해 만들어진데 반해 `너희가…'(동양미디어제작)는 신예 오일환 감독의 연출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그래선지 `너희가…'에는 앞의 두 작품과는 달리 장정일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다소 감각적으로 채색돼 있다. `너에게…'의 충격적인 상황의 묘사나 `아담이…' 의 니힐리즘보다는 단조로운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인물들의 엇갈린 사랑에 포커스를 맞춘, 드라마트루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처제를 사랑하는 남자 `그'(), `그'를 사랑하는 아내(방은진), 자신을 사랑하는 형부를 이용해 쾌락만을 추구하는 처제(). `너희가…'는 이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엇갈리는 시선으로 일관한다.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는 그의 표정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인파를 헤집고 건너편 플랫폼을 향하는 그의 마음과는 달리 화면은 슬로모션으로 움직인다. 배경음악인 의 선율이 느껴지려던 찰나 금세 바뀐 화면속으로는 쫓아간 그녀의 언니가 악다구니를 쓴다. "야, 책임질거야?" 또한번 급하게 화면이 바뀌면 그와 정숙치 못해 `벌통'으로 불리던 언니는 한 침대를 쓰는 부부로 변해 있다. 계속적인 변주로 청중을 사로잡는 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결혼후에도 변함없이 처제만을 향한 사랑에 몰두하는 `그'는 아내와의 격렬한 섹스조차 시들, 차라리 처제와의 섹스를 연상하곤 한다. 세사람의 혼란스러운 사랑에 끼어드는 인물은 그의 직장상사인 남부장(명계남)과 미스오(). 쾌락과 자유를 부르짖으며 미스 오의 다이어트에 매달리는 남부장이나 남부장의 다이어트 요구에 응하는 미스 오의 존재 역시 혼돈 그 자체다. 영화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않는다. 아내는 임신중독증으로 죽어가고, 처제는 여전히 밤거리를 헤매며 허망한 꿈을 쫓는다. `그'는 말없음표. 사랑과 욕망, 운명은 그저 변주를 계속할 뿐이다. 원작을 쉽게 풀어내려는 의욕때문에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등장시킨 열차안의 코믹에피소드 등은 오히려 드라마의 긴장을 떨어뜨려 아쉬움으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