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보상씨 콩트집] 순수함 잃어가는 현대인 삶 풍자
기사입력 1996년 09월 18일 14시 01분
## "그때는 그때… "- 약싹빠른 기회주의자 통해 새태비판 ## "지둘려봐요" - 권세에 아부하며 살아가는 인물 희화화 우리 소설계에서 유달리 콩트란 소외된 장르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극작가 겸 소설가인 류보상씨. 그가 지난 81년 첫 콩트집 `그놈이 그놈', 86년 두번째 콩트집 `주말 파트너' 이후 10년 만에 문무출판사에서 두권의 콩트집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 `지둘려봐요'를 동시에 펴내 화제다. 이 두권의 콩트집은 우리 시대 인간의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에 물들어 인간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물신화 되어가는 세상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콩트는 내 분신이고 내 혼이다. 그런 마음으로 짧은 글을 써왔고 또 써나갈 것입니다. 인생에 대한 유머와 풍자 그리고 위트가 담겨있는 콩트는 사랑스런 장르입니다." 콩트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은 세상을 둥글둥글하게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는 인물의 이야기를 독백체의 입담에 실어 오늘의 세태를 꼬집고 있다. `오리발 철학'을 지닌 채 약싹빠른 생활신조를 강조하는 주인공의 처세론을 통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삶의 신조와 신념을 내팽개친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풍자한 것. 류씨는 이 인물을 통해 간교한 현대인의 처신술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또 사투리를 제목으로 삼은 `지둘려봐요'는 가슴을 콕 찌르는 해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권세가 당당했던 김상진이 오늘의 거친 세파 속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헤쳐가며 그 말로가 어떤 것인가를 희화화시키고 있는 것. 유신정권-5공시절까지 권력의 중심부에 빌붙어 요리조리 살아남은 김상진이 하루 아침에 된서리를 맞고 희생양처럼 인책사직당한다. 그는 홍사장이 `지둘려봐요'란 언약을 던져주자, `언젠가는 다시 기용하겠지'하고 마냥 기다린다. 그러나 한순간에 벌어진 홍사장의 졸도로 물거품이 된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이처럼 류씨의 콩트는 오늘의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 약싹빠르게 처신하는 속물들의 말로를 생생히 묘사, 순수한 인간의 본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내면을 꼬집어낸다. 특히 그의 콩트는 작위적이거나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일상 생활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유니크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어 주목을 끈다. 류씨는 인천출신으로 희곡 `이혼 파티' `천국을 빌려드립니다', 소설 `대의' `이브의 딸', 방속극 `연평도' `여인극장'등을 발표, 주목을 받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