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기자 주간 사랑방]
기사입력 1996년 09월 16일 15시 10분
◇…사실상 2위 다툼만 남은 96페넌트레이스를 마라톤에 비유하면 이제 막 메인스타디움의 트랙에 접어든 긴박한 상황이랄까요. 반게임차로 피튀기는 2위 승부를 벌이는 쌍방울 한화 현대 감독들의 가쁜 숨소리가 귀에 들리는듯 합니다.
지난주는 `탈꼴찌' 싸움이 관심을 끌었는데요. ## 무성의한 경기 눈총◇…지난 15일 쌍방울에 4대5로 져 최하위를 확정지은 OB 선수단이나 구단관계자들은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진작부터 꼴찌를 지킬 생각을 굳힌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장면이 지난 12일 대전 한화-OB전에서 연출됐는데요.
6회초 OB 7번 이보형이 중월 1점홈런을 치고 홈인하자 덕아웃 앞에 마중나온 선수는 딱 6명 뿐이었습니다.
2-2에서 다시 리드를 잡은데다 이보형의 데뷔 첫홈런이라 평소 같으면 전선수가 나와 하이파이브를 나눴을 텐데 덕아웃 앞은 썰렁하기까지 했죠.
이보형의 `눈치 없는' 홈런에 대한 일종의 항의였던 셈입니다.
◇…`뒷심부족'으로 꼴찌를 놓친 도 만만치 않았답니다.
코치들은 어떻게 하면 경기를 질까하는 농담으로 말잔치를 벌인 적이 있었는 데요.
▲아무 볼이나 쳐서 삼진으로 물러난다 ▲선발투수가 갑자기 사라진다 ▲심판과 싸워 몰수패를 당한다 등 한결같이 배꼽 빠지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죠.
그중 원정기록원 이길환씨가 기막힌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투수가 연거푸 데드볼을 맞춰 상대팀을 이기게 해주는 방법이랍니다.
그러자 코치들은 제대로 맞추려면 컨트롤이 좋은 에이스급이 나가야 된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 롯데 솜옷유니폼입고 도루◇…롯데 몇몇 선수들이 유니폼 하의로 솜옷을 입고 다닌다면서요. 사정은 이렇습니다.
시즌초 유니폼이 급조돼 다른 팀 유니폼보다 훨씬 잘 찢어진다는 거죠.
그래서 김종헌 등 감독사인 없이 단독 도루하는 선수들은 아예 허벅지 부분에 얇은 솜을 덧대 매번 하의를 교체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로 한겁니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그간 유니폼 찢어질까봐 팀 도루가 작년보다 적은 것 아니냐"고 한마디씩 하더군요.
## 배탈난 심판 폭우 쏟아지자 쾌재◇…지난 11일 광주 해태-쌍방울전이 초반 갑작스런 폭우로 노게임 선언되자 심판들이 쌍수를 들어 반겼답니다. 이날 김찬익 조장의 C조가 경기를 맡았는데요. 알고봤더니 초비상 사태아래 경기를 치르던 중이었더군요.
황석중 심판이 전날 먹은 메기탕으로 식중독에 걸려 이미 병원에 실려 가 있었고, 같이 식사한 김호인 김병주 심판도 역시 배탈이 나 가까스로 경기를 진행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2회초 폭우가 쏟아졌으니 C조 심판들이 쾌재를 불렀던 것도 당연합니다.
◇…현대는 올겨울 에이스 정민태와 연봉협상이 그리 순탄치 않을 듯 보입니다. 정민태는 지난 11일 데뷔 첫 15승을 올린뒤 주위로부터 끊임없는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수술후 어려운 재활과정을 거치고 기적적으로 복귀한 인간 승리의 표본이기도 하지만 바로 `1억원 확보설'이 주된 축하내용입니다.
선수들에 따르면 3월 창단시 한 고위관계자가 정민태에게 "15승만 해 준다면 연봉 1억원은 보장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나는 그런 이야기 한 적 없다"고 발뺌하고 있고 정민태는 "약속하셨잖아요"라며 계속 확인중 입니다.
< 정리=김성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