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대륙의 기인들 (30)
기사입력 1996년 09월 14일 14시 46분
일심부주가 황색의 문앞으로 접근했다.
"나홀로 외롭겠군."
궁수월과 철타파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우리가 부주를 안내해 주리다."
일심부주 묵양대인의 눈매가 예리하게 번뜩였다. 그녀들의 가담이 반갑지 않은 기색.
묵양대인은 더 이상 내색하지 않고 안으로 사라져갔다. 철타파와 궁수월이 일단 황보백령을 둘러본다. 고개를 끄덕여 안심시켜주는 황보백령.
그녀들도 즉시 황색문안으로 뛰어 들었다.
모용추가 서둘렀다.
"이제 남아있는 문은 청색 하나 뿐이니까 우리도 어서 들어 갑시다."
묵기량이 선두에 나섰다. 그 뒤를 사원과 남궁도가 따르고 황보백령과 모용추가 어깨를 나란히 들어갔다. 그녀들은 마치 한 쌍의 다정한 자매처럼 보였다.
청색문의 내부는 대낮 처럼 밝았다. 어둠침침한 동굴이 아니었다. 주먹만한 야명주(夜明珠)가 천장과 벽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빛을 뿌려내고 있는 것이다.
모용추가 물었다.
"황금사원의 보물이 소문대로인가?"
"잠시 후면 만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자세히는 모른다."
"각자 다른 문을 통해서 진입 했는데 역시 보물도 종류별로 흩어져 있는가?"
"모른다."
"그럼 도대체 알고 있는게 뭐냐?"
냉담한 표정의 황보백령.
"난 알고 있는게 없다."
모용추의 얼굴도 얼음장 처럼 싸늘하게 변했다.
"우릴 기만하는게 아니냐? 그게 아니라면 황금사원의 내부에서 우릴 몰살 시킬 궁리를 하던가."
황보백령은 콧방귀를 날리며 외면 했으나 내심 무섭게 놀라고만다. 모용추의 눈치는 과연 존경할만 하지 않은가.
갑자기 모용추의 화제가 바뀌었다.
"그대도 소문을 들었겠지?"
황보백령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녀의 질문을 이미 간파하고 있는 듯한 표정.
"들었다."
"동방산장의 비극적 종말을 어떻게 생각해?"
"상관하지 않아."
"내게까지 감출 필요는 없어. 동방산장의 제일고수를 경호원으로 채용할 때부터 넌 이미 그를 마음속으로 연모하고 있었겠지."
그녀의 음성은 적지 않았으므로 앞장 서 가던 일행이 충분히 알아 들을 수가 있었다. 황보백령은 모용추의 여우짓에 내심 이를 갈았다.
이때 문득 전면에서 걸어가던 혈마사주 묵기량이 멈추었다. 봉황이 조각된 월동문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황보백령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어요."
묵기량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천천히 월동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