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기사입력 1996년 09월 12일 15시 38분

## 출산일날 임산부가 만취

@@ ‘태아살해미수 처벌’논란

▲ 문: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만취해 병원으로 실려왔다. 그녀를 태아 살해 미수로 처벌할수 있을까?

`피플'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법조계는 이런 질문으로 들끓고 있다.



지난 3월17일 미국 위스콘신주의 주점 웨스트사이드 라운지가 문을 연 오후 2시 임산부 데보라 짐머만은 이미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자 그녀는 칵테일 블라인드 러시안(보드카와 칼루아, 베일리를 섞은 것)을 주문해 단숨에 들이키고 둘째잔을 홀짝거리며 바텐더에게 말했다. "가르쳐줄까? 난 곧 아기를 낳을거야."



놀란 바텐더 데니스 피터슨은 술잔을 치우고 사이다를 건넸지만 이미 사태는 벌어져 있었다.



짐머만은 그녀를 찾아나선 어머니에 의해 세인트 루크 병원으로 실려가서도 술에 취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받아 주지 않으면 집으로 가서 술을 잔뜩 먹고 죽어버릴거야. 아기? 그런건 필요 없어."



오후 10시27분 짐머만은 딸 메건을 순산했지만 출산 당시 메건의 피에서는 위스콘신주 음주단속 기준치의 2배나 되는 1㎗당 0.199g의 알코올이 검출됐다. 뇌손상, 심하면 사망도 가능한 수치다.



짐머만은 사상 최초로 음주를 통한 태아살해 기도의 혐의로 구속됐고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40년의 징역형이 예상된다.



짐머만은 지난 83년 만취상태로 운전중 다른 차를 들이받아 운전자를 죽게 해 7개월간 복역하는등 지난 10여년간을 술에 절어 살다시피 한 알코올중독자.



여론은 분노했고 지방검사보 조앤 코브는 "때로 형벌은 대중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임산부는 태아의 안위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처벌을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국선변호인인 샐리 휄첼은 "임신중 술을 마시지 말라는 법률은 없다"며 만약 코브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임신중 의사의 권고를 무시한 여자들은 아기가
잘못될 경우 모두 살인죄로 기소돼야 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 송원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