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박병선]‘조용한 반란’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1일 15시 02분
## 강호 국민銀에 극적 동점골 청명한 가을 햇살에 취한 인조잔디가 푸르른 빛을 한껏 발산하고 있던 10일 효창운동장-. 96 한국추계실업축구연맹전이 화려한 개막을 알린 그곳에선 첫날 첫 경기부터 `조용한 반란'이 진행되고 있었다. 국민은행과 청의 개막전.
승부는 뻔한 듯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실업선수권대회 우승팀으로 지난 수년간 우승, 준우승을 밥먹듯이 해온 금융단의 강호. 반면 나이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청은 오로지 내세울 것이라고는 젊다는 것 하나뿐인 `미완의 대기'. 전반은 0-0.
국민은행은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기는 했으나 후반 38분 스트라이커 이우형이 머리로 간단히 골문을 열어젖혀 "이변 없음"을 확인 하는 듯했다. 그러나 청엔 박병선(22.MF.4년)이란 `구세주'가 있었다.
실점만회를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박병선은 종료 3분전 문전 혼전중 튀겨 나온 볼을 놓치지 않고 오른발 슛, 공은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골네트에 빨려 들어갔다. 1승 못지않게 건져올린 극적인 무승부였다.
축구명문 대신중-고를 거쳐 지난 93년 청에 입단한 박병선은 컴퓨터 패싱과 드리블,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누비는 황소체력을 모두 갖춘 파이터. 프로팀의 스카우트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박병선은 "팀이 지난 8월 제1회 베트남 하노이컵 국제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며 선전의 비결을 소개했다. 그는 또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지만 예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예선탈락 단골손님'에서 일약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청.
이 팀을 바라보는 라이벌팀 감독들의 눈빛에 아연 긴장이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