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셀던전] 쇼일까…아닐까
기사입력 1996년 09월 09일 14시 48분
**셀던 돈때문에 져주었다? 어떻게 그런 상식 밖의 `쇼'가 벌어졌을까? WBC(세계권투평의회) 헤비급 챔피언 마이크 타이슨(미국)이 8일(한국시간) 라스베이가스에서 WBC(세계권투협회) 챔피언 브루스 셀던(미국)을 1분49초만에 TKO로 꺾은 것에 대해 조작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을 놓고 세계 복싱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날 셀던은 1분10초경 타이슨의 펀치가 빗나갔음에도 마치 심한 충격을 받은 듯 링 바닥에 배를 쭉 깔고 엎어지는 `연기'를 했다.
또 레프트훅 한방을 얻어맞고 두번째 다운을 당했을 때도 충격으로 쓰러졌다기 보다는 자진해서 링 바닥으로 엎어진 듯한 모습이었다.
셀던이 타이슨에게 고의로 져 주었다는 게 링 사이드에서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이슨과 셀던이 모두 `흥행의 마술사' 돈 킹(64.미국)사단에 소속된 선수들이기 때문.
돈 킹은 타이슨이 92년 3월부터 95년 3월까지 3년간 강간혐의로 투옥돼 있는 동안 `대타'로 셀던을 발굴했다.
그러나 셀던은 돈 킹에겐 `실패작'이었다. 팬들이 특출한 기량이 없는 셀던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아 `돈벌이'를 할 수 없었던 것.
지난해 5월 셀던이 WBA 헤비급 챔피언결정전에서 토니 터커(미국)를 꺾고 왕좌에 올랐을 때 돈 킹은 겨우 25만달러의 파이터머니만을 그의 손에 쥐어준 바 있다.
결국 돈 킹으로선 이번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타이슨을 위해 셀던을 희생시키기로 작정하고 셀던과 모정의 막후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전 돈킹이 셀던에게 5백만달러(약 40억원)의 후한 파이터머니를 책정한 것이 조작극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제껏 1백만달러 이상을 만져보지 못했던 셀던으로선 평생을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5백만달러의 거금이 보장되자 승부를 내팽개치고 돈 킹의 `지시'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
돈 킹이 이번 타이틀전을 개최하기 전에 이미 오는 11월9일 타이슨과 전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드와의 대결을 계획해 놓은 것도 조작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다.
경위야 어찌됐건 타이슨은 승부조작 시비에 휘말리면서 `핵주먹'으로서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돈 킹도 셀던의 미숙한 연기로 `권모술수의 대명사'로 다시 한번 낙인찍히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