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미팅자판기 인기
기사입력 1996년 09월 08일 14시 43분
**마음에 드는 상대골라 메모 남긴후 미팅
"가을바람이 차갑네요. 낙엽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어요. 메시지를 남기시면 곧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동전을 넣으면 이처럼 달콤한 메시지가 나오는 `미팅 자판기'가 가을을 맞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자판기에서 나온 여성이나 남성의 프로필을 보고 연락, 미팅을 하는 것으로 올 가을의 새로운 애정풍속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들 자판기는 만남정보센터라는 업체들에서 전국의 카페나 레스토랑에 설치한 것으로 남성회원의 프로필이 담긴 자판기는 여자화장실에, 여성회원 것은 남성화장실에 기존의 콘돔판매기처럼 벽에 걸려 있다.
대부분 500원짜리 동전 2개를 넣으면 3명의 인적 사항과 원하는 이성상, 연락처 등이 담긴 쪽지가 나오는데 이 가운데 적당한 상대를 골라 적혀있는 사서함에 연락처와 메모를 남겨 만나는 방식.
최모군(22.H대 3년)은 "학교앞에 있는 카페의 미팅자판기를 이용, 여자친구를 만났다"면서 "사서함의 인사말이 멋있어 귀가 솔깃했는데 역시 매력만점이었다"고 말했다.
친구들끼리 카페에 가면 자판기에서 여성프로필을 빼낸 뒤 메시지를 남겨 먼저 오는 사람에게 술을 사는 내기도 한다는 게 최군의 얘기.
이들 자판기는 남성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일부 여대앞에 있는 남성회원 미팅자판기는 자료를 보충하기가 무섭게 동이 날 정도.
이에 따라 M사의 경우 남녀회원을 각각 2만명씩 확보, 전국 1천5백여군데에 미팅자판기를 설치해 놓고 있는데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고.
이들 자판기에 담긴 회원들의 대부분은 20대초반에서 30대 초반이 대부분으로 일단 친구로 만나는 게 중요하지 애인관계로 발전하는 건 차후문제라는 식의 인사말을 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판기에서 나온 사서함으로 연락을 해도 회신이 오지 않아 순진한 선남선녀들을 실망시키는 경우도 있다.
황모양(21.Y대 2년)은 "미팅 자판기에서 얻은 남자의 연락처로 온갖 아양을 다 떨며 연락을 해봤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라며 "친구들 가운데 자판기 미팅을 시도했다가 허탕을 친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부남이나 유부녀가 순간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자판기를 이용하는가 하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