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천하의 조진호가 2진이라니…'♣
기사입력 1996년 09월 07일 14시 27분
**옛 기량 퇴색 수모…클럽선수권 인니전서 명예회복 별러
`재간둥이' 조진호(23.MF.포항)가 상하(常夏)의 나라 인도네시아에서 칼을 갈고 있다.
94년 초 `대졸 최대어'라는 찬사를 받으며 프로무대에 뛰어든지 만 2년6개월.
그는 지금 `2진'이란 이름으로 인도네시아 우중판당 클럽과의 96 아시아클럽선수권대회 원정 1차전을 위해 현지에 가 있다.
"2~3년내 프로무대를 평정하겠다"고 프로데뷔 소감을 밝혔던 그로선 기가막힌 일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조로(早老)했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비웃음이 귓가에 맴돌지만 굳이 부인할 생각도 없다. 자신이 생각해도 프로생활 2년6개월은 결코 성공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28게임에 출전해 불과 5골.
남들같으면 1년만에 해치웠을 기록이지만 조진호에겐 그것이 전부다.
웬만한 기량 갖고는 명함을 내밀기 힘든 곳이 포항이라지만 대졸선수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억대 계약금(1억2천만원)을 받고 프로무대에 선 그로선 뭔가 `부적격 사유'가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한마디로 말해 `투우사 기질'의 상실이다.
1 72,65㎏의 아담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상대문전을 미친듯이 헤집고 다니는 특유의 플레이가 사라지다보니 강점인 체력과 골결정력이 빛을 발할 수가 없는 것이다.
93년 세계청소년대회(호주) 팀메이트였던 ()의 급부상도 그에겐 심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조진호에게도 할말은 있다.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94팀에 뽑혀나가면서 프로적응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는 것이다.
지금 조진호는 2류 인생으로 머무느냐 아니면 다시 한번 도약을 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시아클럽선수권 1차전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비록 2진의 멍에는 썼어도 `베스트 11'과는 백지한장 차이.
7일 원정경기에 이어 14일 홈경기에서도 과거의 조진호를 되살릴 수 있다면 `부활의 빗장'은 열린 것이나 다름없다.
"억대몸값이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벼랑끝에 선 조진호의 각오가 비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