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91)
기사입력 1996년 09월 07일 13시 40분
)))))) 물장사 이야기 (27) ((((((. "남편 바람 피우는걸 누굴 시켜서 캐내거나 그 현장을 찾아간 여자치고이혼 안한 여자 못봤어. 잠시 동안은 그냥 살아도 결국은 헤어져". "언니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거야?". "넌 몰라. 이건 결혼한 여자만이 공감할 수 있는 얘기야. 네가 아무리 나보다 세상물정 많이 안다 그래도 부부문제는 틀린거야". 그녀는 언니 집을 나오며 결심했다. 세상 모르고 순진하다고만 생각한 언니가 오늘 그녀에게 세상을 가르쳤다. 순진한 건 나였어. 치이--. 언니 말대로 전화 한통이면 모든 게 확인되는 상황이다. 누구 한사람만 잠복시키면 그 날로 알 수 있는 관계다. 그러나 저쪽 부인은 자신에게 전화 한번 건 일도, 그렇다고 그녀 아파트에 찾아 온 일도 없다. 언니는 확실하게 이렇게 얘기했다. "그건 그 여자가 그 남자랑 헤어지지 않고 살겠다는 얘기야.
네가아무리 그 남자를 사랑해도 너랑 맺어지지 않아". 그녀 역시 그런 생각을 안한 건 아니다. 그러나 혹시나 했었다. 요즘 들어 아파트에서 그녀가 신경질을 부리고 투정하는 것도 어쩌면 혹시나하는 감정에서이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의 질문에 한번도명쾌하게 답한 적이 없지 않은가. `우린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예요'라는 그 질문에 만나는 것보다헤어지는 것이 더 어렵다. 물론 만나는 것도 헤어지는 것도 쉬운 게 물장사이긴 하지만 그녀와 그의 관계는 묘하게 손님으로 만난 관계가 아닌것이다. 그녀는 하루내내 고민했다. 다음 번에 그를 만나면 첫마디를 어떻게 할까?
몇번이나 고쳐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우리 이제 헤어져요'라고 말하는 건 어쩐지 어설프다. 비감해진다.`우리 사랑할때 헤어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나중에 안 좋은 얼굴로헤어지는 것보다...'란 대사는 더 유치할 것 같다.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것은 옛날이야기다. 그녀는 실제로 남자애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따로 특별하게 이별의멘트를 해 본 일이 없다.
깊은 사이인 남자애도 그랬고 애인 비슷하게사귀었던 선배도 그렇고 헤어지는 둥, 마는 둥 끝났다.
상대 눈치보면헤어질 때가 됐구나 하는 걸 아는 것 아닌가? 그러면 그때부터 안 만나면된다. 시간이 지나면 그 남자는 다른 여자애를 사귀고 있고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대는 그런 동년배가아니었다. 그리고 동업관계라는 특별관계가 형성돼 있다. 그리고 가장골치아픈 사항이지만 그녀는 이 남자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고, 정말로 헤어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가지 이유에서 이별은 필수적이었다. 첫째로 여기에 더이상 빠져서는 `케네디'가 물이 완전히 갈 것이라는점. 그리고 그의 입에서 먼저 그 멘트가 나오는 것은 죽어도 싫다는 점.가정을 위해서 관계정리를 하자는 식의 멘트. 그녀는 그날밤 가게를 나오며 결심했다. 내일이면 끝나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