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대륙의 기인들 (18)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2일 16시 56분
이소야는 아득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돌연 비명을 내지르며 눈을 떴다.
"아?"
침상이었고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어린 소녀 한 명. 그녀는 매우 귀여운 생김새엿는데 눈가에 반짝이는 이채와 볼우물은 심상치 않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한 주일이 지났어요."
묻지도 않은 말은 하는 조소영.
이소야는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다가 흠칫 놀라며 자신의 치부를 가리고 몸을 움츠렸다. 놀랍게도 자신은 완전히 벌거벗고 잇는게 아닌가.
소영은 전혀 엉뚱한 소녀였다.
"놀라지 말아요. 내가 매일 약주로 닥아주고, 누무르고 만졌던 몸이니까 새삼스럽게 감출 필요는 없어요."
이소야는 매우 얼떨덜한 눈빛으로 소영을 보았다. 그녀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다.
"당신을 회복시키기 위한 치료였으니까 이상하게 생각지 말아요. 스스로 깨어나기 전까지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옷을 입혀서도 안되고 이불을 덮어줄 수도 없었어요. 약주의 화기를 다스려야 했으니까요."
이소야는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이제는 옷을 입어도 되겠지?"
그제서야 소영은 손뼉을 치며 까르르 웃었다.
"맞아요. 깜박 했어요. 기다리세요."
그녀는 재빠르게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소야는 주변을 훑어 보았다. 견고한 석실은 기이한 악취로 가득차 있었다.
구석에는 한 사람이 간신히 드러누울만한 욕조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는 검푸른 물이 가득하였다. 냄새의 근원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그가 깨어났다고?"
묵직한 음성이 울리며 지하실로 조귀천과 그의 딸 소영이 들어왔다. 소영의 손에는 가죽옷이 들려 있었다.
"입으세요."
이소야가 가죽옷을 입는 동안 조귀천은 지하실내를 빙빙 돌아 다녔다.
불쑥 그가 말했다.
"살아난 기분이 어떤가?"
이소야는 실감이 나지 않은 얼굴이었다.
"글쎄…."
조귀천은 침상에 걸터 앉으며 이소야를 마주 보았다.
"자네는 정말 운이 좋았어. 장담하지만 다른 어느 누구라도 자네를 다시 살려낼 사람은 없었을거야."
조소영도 한마디 했다.
"의귀취선의 명예가 아니었으면 그랬겠죠. 아니, 내 마음에만 들지 않았어도 그랬을거예요. 하지만 당신을 내게 잇어 특별했어요."
무엇이 특별하다는 것인가? 조귀천은 소영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이소야가 뚱딴지처럼 불쑥 물었다.
"그런데…내가 누굽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