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극단 예군 '그 깊고 푸른 바다'
기사입력 1996년 08월 30일 13시 55분
**상처입은 두영혼의 잔잔한 고백 극단 예군은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의 씁쓸한 인생이야기를 그린 `그 깊고 푸른 바다'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 87년 각본상을 받은 `문스트럭'의 작가로 귀에 익은 미국 극작가 존 패트릭 샌리의 희곡을 연출가 남궁연이 무대형상화한 작품.
무대는 뉴욕 브롱스의 빈민가. 이곳에서 쓰레기처럼 살아온 이혼녀 로버타와 창녀의 아들인 대니가 허름한 술집에서 만난다.
로버타는 순간의 충동으로 저지른 죄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대니는 폭력으로만 의사소통을 할 줄 아는 이상성격으로 인해 모두에게 소외된 인물.
정상적인 삶과 사랑을 나누어 보지 못한 이들은 거의 동물적인 본능으로 서로가 자신의 상대라는 것을 느끼지만 성난 이리처럼 난폭하게 싸운다.
그러면서 묘하게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게 되고 결국 로버타의 집에서 하루밤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리고 내면 속에 자리잡고 있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면서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로버타는 지난 밤의 일이 단순한 `놀이'였다면서 약속을 뒤집는다. 로버타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행복을 꿈꾸는 것은 죄악이라며 그를 쫓아내려고 하고 대니는 누구든 행복을 찾을 권리가 있다며 그녀를 설득하고…. 이후 극은 두사람의 고뇌에 찬 갈등 끝에 결혼과 사랑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없이 막을 내린다.
결국 이 무대는 한 빈민가에 살면서 가족과 사회로부터 상처를 입은 두 영혼의 슬프고도 고통스러운 자기 삶에 대한 고백을 잔잔하게 객석에 풀어놓고 있다.
연출가 남궁연은 두 인물의 성격을 심리적인 터치로 접근, 극의 맛을 살려냈으며, 번역과 함께 극중 로버타 역을 맡은 우현주와 대니의 노진우는 안정감 넘치는 연기를 펼쳐보이고 있다.
우현주는 깔끔하고 정확한 발성법이 호감을 샀으며 노진우는 은근한 매력을 무대위에서 보여줘 관심을 끌고 있다. 9월15일까지. 오후 4시30분, 7시30분. 745-2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