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러셀감독‘불신’'등판횟수 늘려달라'
기사입력 1996년 08월 26일 15시 09분
`황색 특급' (23)가 잔뜩 독이 올랐다. 26일(한국시간) 홈에서 벌어진 뉴욕 와의 경기가 역전승으로 끝나 관중들과 선수들이 환호하고 손바닥을 마주치는 가운데 유독 의 만은 불펜 에서 공을 뿌려대고 있었다. 관중들이 대부분 빠져나가는 가운데 는 잔뜩 굳은 얼굴로 강속구를 불펜 포수의 미트에 꽂아댔다. 는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짜증이 난다. 계속 불펜에 앉아있기만 하고 마운드에 오를 기회는 자꾸 줄어드는 기분이 들어 정신적으로 상당히 피곤하다" 고 말했다. 는 지난주부터 이어진 홈 9연전에서 2게임에 등판했다.
19일의 몬트리올전에서 3회에 구원등판 4이닝 동안 노히트 노런으로 역투했던 는 23일 필라델피아전에 0.2이닝을 더 던진 것이 전부였다. 이날도 8회말 불펜에서 몸을 풀며 9회 등판을 기다리던 는 가 4대5로 뒤지다 동점을 만들어 등판이 확정적이었다. 그러나 대타 커티스가 만루에서 4구를 골라내 6대5로 역전하면서 공은 대신 마무리 투수 토드 워렐의 손으로 넘어갔다. 현재 구원 투수진중 오른손 잡이 투수는 와 안토니오 오수나, 대런 드라이포트 등 3명. 빌 러셀 감독은 이들중 비교적 경험이 많은 오수나를 시작으로 드라이포트, 를 번갈아 기용하고 있으나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나 드라이포트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경험이 부족한 나 작년 시즌을 부상으로 결장한 드라이포트를 완전히 믿지 못하는 느낌. 시즌 막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한 게임차로 추격하며 매게임이 중요한 혼전을 벌이는 상황도 루키 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러셀 감독은 라소다의 자리를 이어 받았으나 이번 시즌 성적이 자신의 장래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때로는 무리하다고 생각될 정도의 작전을 펼치는 것도 의 등판이 뜸해지는 이유중의 하나다. 앞으로도 상황이 좋아지기는 어렵다.
다음달 1일이면 마이너리그선수들이 가세해 현재 25명에서 40명으로 엔트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때문에 투수 운영이 더욱 원활해져 의 등판 기회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 마저 있다. 는 "투수는 자꾸 등판해 공을 던져야하는데 그것이 안되니 힘들다"며 "그러나 상황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으니 등판 기회가 올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