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체육과학 연구원] '수영 연구팀'
기사입력 1996년 08월 23일 16시 16분
**"데이타속의 0.001초를 찾아라" 제10회 아시아-태평양 에이지그룹 수영선수권대회(8월21~23일)가 벌어지고 있는 부산 사직실내수영장. 12년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국제대회인지라 `불난 호떡집'이다.
그러나 수영장 건물 복도 끝 한켠에 마련된 5평 남짓한 사무실의 분주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컴퓨터, 비디오, 타이머 등 장비들과 요원들이 말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로 바삐 움직이는 이곳은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수영연구팀' 사무실이다.
외국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선임연구원 권영후 박사(36)가 구축한 이 시스템은 선수개인의 수영에 관한 세부 데이터를 얻어내는데 쓰인다.
"스타트-입수-수영-터닝-골인 등 각 수영 구간의 개별 랩타임이 체크되고 스트로크의 각종 변인이 기록됩니다."
스트로크 변인이란 초당 스트로크 빈도와 1회 스트로크시 전진거리 등으로 동작의 효율성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들로 권박사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7대의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정밀 녹화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은 자신의 영법상 약점은 물론 어느 부분에서 기록단축 여지가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훈련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요."
예컨대 여자 배영의 해묵은 라이벌 이창하(일본 규슈여대부고)-이지현(부산체고)의 관계가 최근 1살이 더 많은 이창하의 독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기록분석을 통하면 명확한 이유가 드러난다.
2년전 스트로크 빈도에서는 이지현이, 터닝동작에서는 이창하가 일관성있게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지난해 기록을 분석해보면 터닝이 여전히 앞서는 이창하가 스트로크 빈도는 적지만 전진거리를 늘려 결국 구간 속도를 극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장점때문에 권박사의 임시 연구실에는 과학적 지도에 관심있는 외국팀 코칭스태프들이 `풀방구리 쥐 드나들듯' 한다.
22일에는 아시아의 수영강국 일본의 수영연맹 히가시지마 상무이사가 찾아와보곤 "일본서는 이런 체계적 접근을 시도한 경우가 없었다"며 혀를 내두르고 갔다.
경기기간중 하루 4시간밖에 못자며 일에 매달리고 있는 권박사가 아쉬워하는 것은 한국수영 지도자들이 아직은 이같은 과학적 방법을 선뜻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점.
이같은 인식부족은 수영장 관리자측도 마찬가지여서 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분석작업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권박사는 "수영뿐 아니라 육상 등 기초체육이 발전하려면 하루 빨리 과학적 접근이 이뤄져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