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치한 퇴치용-아기사진 휴대 붐 ♣
기사입력 1996년 08월 19일 14시 20분
**미시들 투명가방에 넣어 '유부녀 시위' "아기는 엄마의 보디가드(?)." 지하철내 치한들의 여성에 대한 성추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꼬마'들이 훌륭한 보디가드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비닐가방에 아기사진을 `보기좋게' 넣어 치한을 퇴치하는 미시들이 늘고 있는 것.
인천에서 전철을 이용해 서울 시청앞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는 주부 김선경씨(25.회사원)는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있으면 다가와 몸을 비비고 치근덕거리는 치한들 때문에 지하철이 아니라 지옥철을 타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직장동료의 권유로 한살바기 아들 사진을 비닐가방에 넣고 다닌 뒤로는 이런 악몽이 사라져 벌써부터 효도를 받고 있다"고 좋아했다.
치한이 귀여운 아기의 사진을 봄으로써 여성이 유부녀인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과 아울러 천진난만한 아기의 모습에 최소한의 양심이 발동, 추행심리가 극소화되지 않겠느냐는 게 김씨의 얘기.
한민호씨(26.회사원)는 "전철을 탔을 때 옆에 있는 여자가 섹시해 한참 쳐다보다가도 가방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아기의 사진을 보면 오히려 부끄러워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특히 여자아기 사진이면 어린이 성추행범이 되는 것같아 가슴이 섬뜩해지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런 미시들 가운데는 집안에서 찍은 스냅사진이나 돌사진 대신 아예 스튜디오나 공원에서 화려한 의상을 입고 그럴듯한 사진을 특별히 촬영하는 등 치한퇴치와 함께 멋도 추구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아기사진이 미시들의 보디가드로 인기를 끌면서 치한공포감에 휩싸인 처녀들도 결혼한 친구의 아이나 조카, 친척의 사진을 자신의 아이인 양 넣고 다니며 아이사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일반 미시들과는 달리 아기사진을 필요할 때만 보이도록 한다는 게 특징.
오은진양(22.Y대 4년)은 "치한들 때문에 아기사진을 넣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만에 하나 나타날 수 있는 왕자님까지 놓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면서 "아이사진은 왕자가 아니라 치한이라고 생각되는 남자가 나타날 때만 드러내 놓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