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 대륙의 기인들 ④
기사입력 1996년 08월 18일 14시 58분
아비라 왕녀는 미친듯이 말을 몰며 협곡을 누비고 다녔다. 그 사람-이소야의 흔적은 없었다. 지난 사흘간 이소야가 추락한 벼랑 아래를 샅샅이 훑고 있는 중이지만 그는 간곳이 없었다. 물론 무현왕자와 이효봉도 수색에 동참하고 있었다. "우린 더 머무르지 못합니다." 이효봉의 음성은 단호했다. 그는 여전히 이소야의 생사에 관해서는 무심하다. 아비라 왕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라버니인 타르무왕야의 방문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발각되면 곤란하니 돌아가시는게 좋을 듯 하군요. 난 조금 더 찾아봐야겠어요." 이효봉은 싸늘했다. "소용없는 일이요. 만일 그 아이가 천우신조로 생존한다 해도 다시금 내손에 목숨을 잃을 것이니까." 무현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얼굴이었다. "궁금하기 짝이 없소. 대관절 이소야가 어떤 죄를 범한거요?" 이효봉은 답변을 회피했다. "우리는 서둘러서 심양으로 가야합니다. 왕자님이 심양의 궁전을 비우게 된 것이 발각되면 아비라 왕녀님께도 피해가 되는 겁니다." 무현은 아비라 왕녀를 돌아봤다. "후… 답답하군." 아비라 왕녀가 정중하게 말했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보다시피 추락한 장소가 협곡을 관통하는 물줄기 위일 가능성이 있으니 혹시…." 동방산장의 장주 이효봉은 그녀의 말을 가로 막았다. "절대 살아날 가망은 없을거요. 녀석은 내 잠력에 정통으로 격중당했으니까." 그는 오로지 이소야의 시체를 목격해야 속이 시원한 사람과도 같다. 세상이 요지경이라지만 부모가 자식의 죽음을 소원하는 일은 결코 없다. 하지만 세상은 결코 벌어지지 않아야할 일이 또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아비라 왕녀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져갔다. "장주께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 왕자님과 함께 떠나십시오." 이효봉은 망설이는 기색이 없다. "왕자님을 모시겠습니다." 무현은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그는 나의 유일한 친구였소. 어찌 친구의 위험을 방관하고 떠나간단 말이오?" 이효봉은 답답한 모양이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또한 그와 같은 패륜아를 어찌 존귀하신 왕자의 신분으로 친구 운운 하시는 겁니까?". 무현왕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패륜이라니오? 제발 설명좀 해 주시오." 이효봉의 안색이 크게 변하였다. "그는 …". 무현과 아비라의 시선이 궁금증으로 물들어져 있을때 갑자기 푸드득 거리는 날갯짓과 더불어 매 한마리가 쏜살같이 장내를 스쳐갔다. 아비라 왕녀의 다급한 외침이 토해져 나온 것은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