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 대륙의 기인들 ①
기사입력 1996년 08월 15일 17시 14분
이소야가 이들 부녀를 만난건 실로 천운이었다. 그는 우물속에서 발견되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이 있나. 하필이면 우리가 마시는 우물속에서 퍼져 있다니… 이래서 술마시는 족속들은 언제나 안심할 수 없어. 인생이 아슬아슬한 술주정뱅이들." 조귀천은 호리병의 독한 화주를 들이키며 소매춤으로 입술을 문지른다. 그는 사경을 헤매고 있는 이소야를 앞에 두고 다시 투덜거렸다. "이녀석은 술주정을 거나하게 하다가 죽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어. 만일 내게 발견 되지 않았다면 필경 황천으로 직행했을거야. 에구 내 팔자야." 소영은 부친의 팔자타령을 듣고도 그냥 배시시 웃을 뿐이다. 십 사, 오세 가량 되어 보이는 이 소녀는 눈동자가 영민해 보였고 움푹 패인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조귀천은 화주병을 소리가 나도록 바닥에 내려 놓으며 소리쳤다. "시작해라." 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술에 찌든 취객의 주정소리와도 같았지만 소영은 재빨리 움직였다. 그녀는 거의 죽음의 문턱에 도달하고 있는 듯한 이소야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소영은 이소야의 의복을 남김없이 모조리 벗겨낸다. 그야말로 벌거숭이로 만드는 것이다. 거침없는 소녀의 손길. 부끄러움은 애초 없는 듯 하다. 오히려 소영은 이소야의 하초를 툭 건드려 본다. 마치 반응을 보려는 기색이다. 그러나 이소야는 추호의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 조귀천이 갑자기 양팔을 벌렸다. 소영은 부친의 심각한 행동을 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부친과 이소야의 알몸을 번갈아 오락가락 하였다. 조귀천은 그 상태로 반듯이 누워있는 이소야를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노려보고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소영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순간 조귀천의 입이 딱 벌어졌다. "캇-." 괴상한 소리와 동시에 조귀천의 입안에서 주전이 뿜어지는게 아닌가. 놀라운 광경. 조귀천의 입에서 마치 폭우처럼 술이 뿜어져 나와 이소야의 알몸위로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초라해 보이는 모옥안은 온통 술냄새로 가득찼다. 이소야의 몸뚱어리는 술독에 빠져버린 듯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파파… 팟…. 조귀천은 이번에 양손을 전광석화처럼 움직여 이소야의 십 이혈도를 연속적으로 찍고 눌러갔다. 그때마다 간헐적으로 이소야의 몸뚱어리가 꿈틀거렸다. 그렇지만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소영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귀천은 돌연 탄식한다. "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