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건모는 목욕해도 새카매
기사입력 1996년 08월 13일 14시 53분
에로비안 나이트 231.
여름이 다 가도록 바다는 커녕 강이나 계곡, 하다 못해 시골 저수지물에도 몸 한번을 담가보지 못해 사지가 끈적끈적한 것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시달려서 못 살겠다는 사람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어디 꼭 바다나 강에만 물이 있는가!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또는 바다와 강을 가는 길을 몰라서 물구경도 못하신 분들께 뒤늦게나마 `물맛'을 보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겠다. 돈과 시간이 별로 들지 않을뿐더러 절차도 아주 간단해 목욕탕 입구서 "표 한장 주세요"로 다 끝난다.
학교때 성적이 50명 정원 중 49등까지 한 사람은(한명이 전학을 갔기 때문에 사실은 모두 다) 눈치를 채셨겠지? 맞다. 목욕탕에 가는 것이다.
여름엔 목욕탕의 손님이 줄어서 탕안이 텅 빈다. 냉탕에서 물장구를 마구 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의 물놀이가 없다. 목욕탕 주인도 겨울철 단골 손님 확보 차원에서 냉탕수영을 과히 나무라지 않는다. 필자가 사는 동네 목욕탕은 이런다. 다른 동네도 마찬가질걸!
목욕탕 얘기가 나왔으니 다른 얘기 두어가지 해야겠지? 목욕탕에 와서 고유업무인 때밀기는 하지 않고 내 것(?)과 남의 것(?) 크기만 비교하다가 가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라는 얼굴이 까만 아이가 있었다. 그가 목욕탕 쪽에서 보이자 동네 아줌마들이 "검모 목욕 가는구나! 얼굴을 잘 씻어"라고 말했다. 그가 목욕을 마치고 나오는데 다른 아줌마들이 "검모 목욕 가는 구나!"라는 거였다. 그래서 검모는 오늘도 목욕탕에 가서 다른 일만 하고 왔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다른 이야기. 초등학교 1학년 영희는 엄마를 따라 목욕탕엘 갔다가 같은 반 영철이를 만났다. 영희는 너무 창피해 엄마 등 뒤로 숨으려 하는데 영철이는 주책없게도 "영희야! 이런데서 널 만나다니! 너무 반갑다. 우리 서로 등의 때를 밀어 주기로 하자"는 것이 아닌가. 집에 돌아 온 영희는 단단히 결심을 했다. "영철이 녀석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는 아빠를 따라 남탕으로 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