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 25시] 부끄러운 아마야구 자화상
기사입력 1996년 08월 07일 15시 09분
요즘 야구인들은 자신들이 야구를 한게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다. 국가대표팀이 올림픽에서 온갖 망신을 당하며 꼴찌를 해 한국야구가 수십년간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이다.
순위는 둘째 치더라도 `야구인=매너 0점'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정말 못참겠다는 생각들이다.
성적도 나쁘고 김충남감독()의 이론도 모르고 예의도 없는 행동 등 야구 국가대표팀이 망신을 당하자 대한야구협회 임원진들이 총사퇴를 결의한다고 한다.
그런다고 아마야구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해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아마야구계는 복마전처럼 썩어있다.
배가 나와 펑고를 칠수 없는 일부 고교, 대학 감독들.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심판을 구워 삶아 눈앞의 성적에만 혈안이 돼 있는 감독.
프로와 대학팀을 기웃거리며 선수를 팔아 `돈'만 챙기면 된다는 감독.
감독들이 기본기를 가르치지 않으니 고교, 대학 졸업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면 캐치볼 등 기본적인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하는 한심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심판 문제도 예사 일이 아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쪽 팀으로부터만 `돈'을 받는 비교적 양심적(?)인 풍토가 유지됐으나 이제는 노골적으로 양팀에 손을 벌린다고 한다.
이러니 진 팀 감독이 심판을 폭행해도 `벙어리 냉가슴'이 될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일부 지방학교팀 교장이 한 대회에 수백만원 드는 심판 로비 비용 때문에 팀 해체를 고려하기도 했을까.
국가대표팀의 선발 기준도 모호하다.
야구장에 잘 나오지도 않는 강화위원들이 대표팀 감독의 말만 믿고 뽑을 정도니 제대로 된 대표가 나올리 없다.
국가대표 선발 여하에 따라 프로 계약금이 1억~2억원씩 왔다 갔다 하므로 학부형들이 감독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런 풍토속에서 야구의 꿈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과연 그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무엇이 잘못되고, 고쳐야 될 것들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밝혀져 있다.
이제 완전히 벌거벗겨진 한국야구에 `참다운 옷'을 한겹씩 차근차근 입히는 지혜를 짜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