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감독]‘마라톤 부흥기'일군 고독한 승부사 ♣
기사입력 1996년 08월 06일 15시 12분
## 단거리 선수출신… 올림픽 2연속 쾌거 지휘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의 우승, 애틀랜타 대회서 이봉주의 은메달 획득. 한국 마라톤의 올림픽 연속 상위입상은 참으로 `뜻밖의 인물'에 의해서 이루어 졌다.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육상경기중 가장 짧은 거리인 100 선수출신인 정봉수 감독(61)에 의해서였다. 그는 유년시설 경북 김천의 이름난 뜀박질꾼이었다. 그곳의 과수원 주인들에게 그는 골칫거리 소년이었다. 당시 흔히 그랬듯이 농촌 소년들에게 `과일서리'는 간식확보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대부분의 소년들이 주인의 눈을 피해 과일을 따갔지만 소년 정봉수는 주인이 보든 보지않든 별로 문제될게 없었다. 도망치는데는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년은 이후 국가대표 100m 국가대표(10초2가 최고기록)가 됐지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시 육상선수는 별로 인기가 없었다. 조기은퇴를 한 그는 72년 육군 육상부감독으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는 한계에 부딪힌다. 그많은 육상경기의 모든 종목을 한국인 체격으로 극복한다는 건 도저히 불가능 하다고 판단한 것. 그래서 그는 한국인의 체격으로 세계정복이 가능한 종목을 찾기에 이른다.
당시 일본은 세코, 소 시게루, 소 다케시 형제를 비롯한 세계적인 마라토너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감독은 `우리도 마라톤을 해야한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정감독의 일본 왕래는 잦아졌고 기회만 있으면 일본의 유수 역전경주 대회에 한국선수들을 이끌고 출전했다. 그러나 한국 마라톤이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박원근(전 감독) 오태식(한국유리 감독) 문흥주(상무감독) 최경렬 (한전 코치) 임상규( 코치) 등 재능있는 선수들에 채찍을 가했지만 일본 마라톤의 벽은 높기만 했다. 그러나 그의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마라톤에 특별한 애착을 갖고있는 회장의 요청으로 자리를 옮긴 정봉수감독은 18년만에 그의 집념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90년 국제마라톤대회에 이창우(전 )를 출전시켜 실로 오랜만에 A급 국제마라톤대회서 우승, 한국 마라톤의 부흥기를 예고했다. 이창우는 다음해 이대회서도 우승, 2연패를 이뤘다.
그러나 역시 정감독의 욕구를 충족시켜준 선수는 였다.
가 92년 2월 벳푸~오이타 마라톤대회서 2시간8분47초로 사상 첫 10분벽을 돌파하면서 같은해 열린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희망을 갖게됐고 예상은 적중했다. 의 은퇴후 불안해하던 육상계는 `포스트 '를 걱정했지만 정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결국 그는 이봉주를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조련, 2회 연속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에 태극기를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유난히 강조하는 마라톤 철학은 단거리 선수출신답게 `이제 마라톤도 100m 처럼 철저한 기록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 전 가족을 미국에 보내고 홀로 조국에 남아 한국 마라톤을 지키고 있는 승부사 정봉수 감독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