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수첩] 중국-대만 차분한‘유도 대결’
기사입력 1996년 07월 25일 15시 52분
그들은 `대결'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25일 자정(현지시간 24일 오전11시) 여자 56㎏급 8강전이 벌어진 월드 콩그레스 센터 유도장. 1, 2회전서 각각 러시아의 갈리포바와 미국의 코리나 웨스트를 꺾은 중국의 리우 추앙과 부전승과 의 카발레리를 이기고 올라온 대만의 후앙 아이춘은 256㎡(16m x 16m)의 매트위에서 피할수 없는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쳐야 했다. 정선용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건 의 곤살레스와 독일의 페어블라더의 경기가 끝난뒤 B매트에 오른 이들은 의외로 침착해 보였다. 스탠드도 물론 조용했다.
그렇다고 중국과 대만의 응원단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그들은 모두 스탠드에서 조용히 자국선수를 응원했다.
남-북한과 함께 지구촌에 남은 몇 안되는 분단국가인 중국과 대만. 중국의 대만 흡수와 대만의 본토정복 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서로 상대를 자극하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는 않았다. 오성기(五星旗)나 청천백일기(靑天百日旗)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상대에 대한 예의인지, 아니면 남들 앞에서 같은 민족끼리 싸움질이나 하며 웃음거리가 되지말자는 무언의 약속인지는 알수없지만 양국선수가 경기를 벌이는 경기장 분위기는 여느 다른 선수의 경기장과 조금도 다를바 없었다. 삽시간에 누르기 한판승을 거둔 리우 추앙이 후앙 아이춘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는 모습이나 중국감독이 대만감독을 위로하는 장면은 스탠드를 가득메운 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기자는 두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남-북한 선수의 경기때도 이런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울수 없었다. 대결국면으로 치닫지 않는 중국과 대만.
이제 우리도 중국인들의 이런 기질을 조금은 본받아야 하지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