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이번역은 방배…방빼!'
기사입력 1996년 07월 21일 15시 24분
삼척동자가 포함된 4천만이 다 아는 우스개 이야기 중 `전화왔어요'가 있다.
혀 짧은 사장이 여비서에게 `전나왔어'하자 역시 발음장애가 있는 여비서도 `존나왔어요'라 했다는 것인데, 우리말을 마악 배우기 시작하는 외국인들도 이 개그를 하면서 낄낄 대는 걸 봤다.
우리말 발음을 정확히 하는 건 그만큼 중요하다.
생각해 보시라. 다시 `전화'얘기지만 `전하 왔어요'하면 임금이 올 수도 있고 `전 나왔다'하면 술집서 전(부침개)이 나왔다는 것이며 `존 나왔다'는 미국판 `철수'쯤일 존(John)이 등장했다는 것도 되지 않는가 말이다.
전철역 안내를 하는 여자 아나운서가 혀에 감기가 들었는지 이렇게 발음을 했다.
- 이번 역은 총각(종각), 총각역입니다….
시집 못 간 아가씨들은 이번 역에서 내리셔서 쓸만한 총각을 한명씩 골라 잡으시기 바랍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총각 떠납니다. 내리실 문은 가운뎁(?)니다.
- 이번 역은 방빼(방배), 방빼역입니다….
사글세나 월세가 준비되지 않으신 분들은 이번 역에서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밤마다 너무 요란한 소리를 내서 옆방 독신자들을 고문하시는 신혼 부부들도 방을 빼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는 방빼!
- 이번 역은 물레(문래), 물레역입니다….
물레방앗간의 추억을 갖고 계시는 분이나 전철안이 물레방앗간으로 느껴지시는 치한들은 이번 역에서 내리셔서 잠시 몸을 식히시기(?)바랍니다….
- 이번 역은 대빵(대방), 대빵역입니다….
모든 조직의 보스 여러분께서는 내리셔서 똘마니들을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수유, 수유역입니다….
갓난 아기를 데리고 나온 미시엄마들께서도 이번 역에서는 앞 가슴을 사정없이 풀어 젖히고 젖을 먹이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예술과 야술을 사랑하시는 `싸모님'들께선 내리셔서 강남의 제비들과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이번 역은 동작, 동작그만 역입니다….
모든 장병들은 즉시 내려서 선착순 집합한다! 실시이….동작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