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수첩] 화합깨는 선수들의 '빈부격차'
기사입력 1996년 07월 17일 16시 33분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 다른 점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자유경쟁'이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빈부의 차이는 없는 자들에게는 억울해도 엄연히 상존하는 사회현상이다. 그런데 요즘 미국 올림픽대표팀내의 `빈부차이'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현 미국 올림픽대표선수중에는 억만장자들이 상당수 있다.
남자농구팀 `드림팀III'의 샤킬 오닐, 데이비드 로빈슨, 하킴 올라주원의 지난해 연봉을 합하면 2천2백8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1백82억원이라는 이 천문학적 숫자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지난 한해 동안 모든 올림픽선수들에게 직접 지급한 지원금의 두배가 넘는다. 마이클 존슨 등 일부 육상스타들, 피트 샘프러스 등 테니스스타들은 돈 걱정이 전혀 없는 스포츠 갑부들이다. 그러나 이들 1% 정도의 갑부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생활전선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바르셀로나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인 마크 렌지는 학비가 없어 비행학교를 중퇴했다. 수구팀의 마이크 에반스(36)는 세 자녀를 키우며 평소에는 보험 외판원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지난 한해 동안 USOC는 1천6백명의 선수들에게 1천20만달러를 지원했으나 한달 평균 5백달러가 겨우 넘는 이 액수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다. 금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는 1만5천달러, 은메달리스트에겐 1만2천5백달러, 동메달리스트에겐 1만달러, 그리고 4위 선수에게는 7천5백달러가 주어진다. 올림픽의 신성한 아마추어 정신 운운하는 것이 우스운 세상이 돼버렸지만 프로선수들에 대한 올림픽 출전 확대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에반스 같은 선수가 동메달이라도 따서 1만달러를 받으면 얼마나 기뻐할 것인가. 그러나 오닐이 금메달을 따서 1만5천달러를 받으면 은행에 가서 찾으려고나 할까. 가난과 역경을 딛고 정상의 꿈을 키워가는 선수들이 여전히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기자만의 `감상'은 아닐 듯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