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양건 3단 ●서봉수 9단
기사입력 1996년 07월 15일 17시 30분
**승부는 종점을 향해 질주하고… 「본선 토너먼트 제4국」 제12보(173-209)=좌상쪽 흑 일단이 완생하면서 바둑은 종점을 향해 빠르게 이어진다. 패의 대가로 하변 흑 두점을 떼어주기는 했지만 흑의 승리는 '부동'이다. 두 기사가 노타임으로 계속 이어간 수순은 무려 100여수가 넘지만 '갈데까지 가보겠다'는 백의 추격을 흑이 여유 있게 뿌리치는 과정에 불과하다. 좌하귀 흑 201부터 209까지 집을 만들어내는 서 9단의 타개솜씨가 마지막 볼거리.(184…●) 더 이상은 역전의 기회도, 장소도 없으므로 이후 수순은 총보로 미룬다. 서봉수 9단이 푸른 제복의 기사 양건 3단을 누르고 8강 진출. 바둑단신. '1인자 이창호 9단이 머리를 깎고 훈련소에 들어간다. 이 9단은 그동안 예술 체육분야의 공익요원으로 인정받아 대국에만 몰두해왔는데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이 9단의 훈련일정을 통보해와 4주간의 기본훈련을 받게 됐다. 오는 8월 26일 경기도 수원소재 ○○훈련사단에 입소, 같은 연령의 대한민국 청년이면 누구나 받게 되는 병역의 기초과정을 체럼하게 되는데 훈련 내용도 제식훈련, 각개전투, 사격 등 현역 훈련병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이 9단은 입소 전 두차례 중요대국을 치른다. 한-중-일 3국의 최강자가 더블리그로 겨루는 세계 바둑최강결정전과 그동안 부진을 보였던 후지쓰배 결승. 특히 후지쓰배 본선토너에서 국내기사로는 유일하게 8강을 꺾고 경승에 올라 중국의 1인 자 마샤오춘 9단과 우승컵을 다투게 됐는데 두 기사는 이미 동양증권배 결승 5번기에서 격돌, 이 9단이 우승컵을 차지한바 있어 '이창호 천하석권', '마샤오춘 설욕'이 걸린 이번 대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바둑팬들의 관심이 높다.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많이타 국후 복기에서 늘 상대를 애먹이던 이 9단이 우렁차게 구호를 외치고 군화발을 구르며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러야 하는 훈련을 과연 어떻게 치러낼 지도 궁금하고 입소전의 과제로 남아 있는 후지쓰배 결승대국도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