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들] 삐삐인사말 기발-다양
기사입력 1996년 07월 08일 17시 22분
## 25초 멋진멘트로 자기PR 신세대 젊은이들의 삐삐 인사말이 다양해지고 있다. 예년의 경우 가요, 팝, 클래식 음악의 한 소절을 녹음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라디오 DJ 흉내를 내거나 TV나 라디오의 극중 대사나 광고문구를 원음그대로 녹음해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요즘 들어 한창 뜨고 있는 `삐삐멘트'는 평소 TV나 라디오를 주의깊게 청취하다 마음에 드는 `멘트'가 나오면 재빨리 녹음해 인사말에 담는 방법. SBS 미니시리즈 `남자대탐험'의 경우 극중 영웅( 분)의 대사가 특히 인기다.
"세상에는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일들이 있지요. 언제나 우선 순위 그 첫번째를 차지하는 일들이요. 저는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공부잘하고 출세하고 이런 것과는 비교될 수 없는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김모양(19.E대 1년)은 "얼마전 싸웠던 남자친구에게 삐삐를 쳤는데 `남자 대탐험'의 영웅이 대사가 들려 가슴이 저미기까지 했다"면서 "이 멘트 덕분에 진솔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마철을 맞아 FM 라디오 DJ의 `흐리고 비 오는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울하시죠? 씨의 `악몽'입니다'라는 멘트도 녹음해 놓았다가 비오는 날이면 삐삐에 녹음시켜 놓는 열성파들도 많다. R.ef의 히트 가요 `찬란한 사랑'의 내레이션도 종종 도용되는 것 중 하나.
"나에게 아무런 삐삐도 오지 않았어/내가 삐삐 사용료마저 감당할 수 없는데/ 삐삐를 산 시작부터가 잘못이었다고/후회하고 있을 뿐이야/그래서 이러는거야/ 한참후 니가 삐삐칠쯤에/난 너에게 음성을 치겠지/부칠 수도 읽을 수도 없는/ 눈물로 친 음성들을/먼 훗날 내 죽음같은 행동을 느꼈을때/음성을 넣어줘/ 다시 한번 음성을 들을 수 있게…." 정재환군(20.단국대 1년)은 "삐삐 인사말이 좋으면 한번 칠 삐삐를 여러번 치게 된다"면서 "물론 경제적 부담은 되지만 살아있는 삐삐 인사말은 삐삐를 치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take your mind off that pain'(이젠 기분풀어) 등 하루 한가지 영어 표현을 녹음해 본인은 물론 상대방의 영어실력 향상을 도모하는 학구파들도 있다. 한인기획 광고팀 최상운씨는 "25초로 한정된 삐삐 멘트는 짧은 시간에 자기 PR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30초 예술인 광고와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 안정훈 명예기자·성균관대 - 송기성 명예기자·서울여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