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3)
기사입력 1996년 07월 08일 15시 25분
///// 서머 타임(10) ////. 그의 머릿속에선 오르가슴의 폭주이 터졌다. 둘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뜨겁고 부드럽게 시작된 두 사람의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더욱 뜨겁게 올랐다. "아아, 난 몰라 더 이상은 난...". 그녀가 사랑의 파도를 맞을 때마다 그의 심장으로부터 쏘아진 불꽃을절정의 순간 머릿속에서 폭죽이 되어 온 몸에 펑! 터져나갔다. 그는 터져버릴 것 같던 호흡을 가누며 약간은 속물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댔다.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남자와 여자가 껴안는 것이 정말 이 정도로 좋은 것이란 걸 일찍 알았다면 그의 인생은 변해도 한참 변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녀 역시 난생 처음 겪어보는 찬란한 느낌으로 온통 젖어 있었다.서른세살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그는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느낌이다. 자신의 쾌락보다는 그녀의 숨결, 땀냄새, 머리카락, 눈동자 등 그녀의 모든것이 휠씬 더 좋았다. 그는 어린애처럼 몇번이고 똑같은 질문을 해댔다.
정말 좋으냐고.그녀는 말도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변화로 거짓없이 그녀기분을 드러냈다. 그의 직업은 의사다. 남자와 여자가 오르가슴을 맞을 땐 어떤상태가 되는 지는 두꺼운 책으로 마스터해야 하는 직업이다. 완전히 연소되어 기력이 빠진 상태인데도 기분은 충만하고 생명의 힘이 텅텅텅 돌아간다. 그는 눈을 감고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끌어 않았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에 꼬옥 안기어 왔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머리칼을 매만지다가 촉촉한 감이 들어 언뜻 눈을 떴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눈물을 그렁그렁 뿜으며 소리죽여 울고 있었다. 그는 순간 당황했다. 이건 기뻐서 우는 눈물이 아니다. 행복에 겨워서 울때의 눈물은 이렇게 흐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술을 꼭물고 괴로움을 참는 표정을 지을 이유가없다. "왜 그러죠, 무슨 걱정이 있는 겁니까?".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가 빨리 머릿속 필름을 재생 시켜봤다. 호텔의 룸으로 들어올 때까지 결코 아무일 없었다. 최고의 기분, 최고의 분위기였다. 그레이하운드 갬블에선 거의 2백만원의 돈을 땄고 두 사람은근사한 저녁을 먹자며 바닷가에 위치한 레스토랑에 들어갔었다.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특히 스테이지 밴드가 연주하는 신청곡들의 선율에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리 조엘, 앨튼 존, 보브 딜런, 롤링 스톤스... 거짓말처럼 그가 신청하고 싶은 가수의 곡들을 신청하지 않는가. 분명 그녀시대의 가수는아닌데도 그녀는 심취해 있었다. 특히나 그가 좋아하는 가수들 말이다.
그 가수들 사랑노래에 취하며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이 룸에 들어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