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32)
기사입력 1996년 07월 07일 16시 53분
++++++++ 서머 타임 (9) ++++++++. "이제부턴 뭘해야 되는 겁니까? 선생님". 그는 아까 자전거를 빌릴 때부터 괌에 관한한 그녀를 사부로 모시기로했다.
사격도 그렇고 잠수함도 그렇지만 자전거를 빌려타고 섬 전체를내 마음대로 샅샅이 누빈다는 것도 그의 머리로선 상상이 안간다. 그럴수 밖엔... 렌터카를 빌리는게 어떻겠냐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또 자동차냐고 그녀가 이를 드러내며 `으-- 지겹다'는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10달러를 내고 빌린 자전거가 이렇게 좋은 건지는 정말 몰랐다. 자전거를 타본 게 언제던가, 요샌 자동차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곳 괌은 해안도로도, 호텔과 호텔을 연결하는 샛길도, 자동차통행이 별로 없고 거의 눈감고 달려도 사고 날 일이 없다. 특히나 바닷가 백사장 해변으로 자전거를 끌고 가 파르르하게 물을 머금고 있는 모래땅만을 밟으면 자전거로 바다 그 자체를 달릴 수 있다는게신기했다. 혹시 나 모르게 괌에 여러번 다녀간 경험이 있는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녀는 자신있게 행동했다. 그러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여기 처음인 건 분명하다. 일뿐만아니라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란 게 놀랍다. 신경외과의사로는 선배들이 포기하는 환자를 과감한 방법의 수술단행으로 몇번이나 성공시킨 그이지만 이곳 괌 관광을 하는데 여자인 그녀의 모험심엔 손을 들 정도였다. "갬블 좋아하세요?" "그럼요. 도박 싫어하는 사람 있습니까?". "사는게 도박인데..." "그럼 곧장 이 언덕을 달려요. 그레이하운드 레이스장이 이쪽일거예요". 그녀는 괌 지도를 머릿속에 외우고 있는듯 쏜살같이 열대식물의 거리를 내달린다. 그리곤 도박장으로 곧장 발길을 옮겼다. "외화획득입니다. 미국애들 돈 따보긴 처음이네 이거". 그는 방금 배당받은 1천2백달러 가량의 지폐를 움켜쥐고 희희낙락했다.순식간에 2백달러를 베팅, 6배의 배율로 돈을 거머쥔 것이다.
전번 레이스에선 1백달러 베팅으로 4배로 땄으니 1천3백달러, 약 1백여만원을 순식간에 땄다. `의사를 뭐하러 해. 여기와서 알로에 와이셔츠 입고 백구두 신고 살까부다'. 잘 되는 날은 앞으로 넘어져도 엉덩이만 살짝 까진다는데, 오늘이 그런날이었다. 레이스 전에 그레이 하운드 대여섯마리가 하나씩 관객에게 소개될 때점을 찍는다. 당연히 어떤 개가 건강한가의 체킹인데 그는 의사답게 대충은 맞추었다. 1백달러, 2백달러씩 베팅하는 그를 보며 1달러씩 베팅하는 그녀는 입을 뾰루퉁한다. "제자한테 기죽어서 못하겠네요, 난...". 그러면서도 그녀는 즐겁다. 요번엔 2번의 누런 그레이하운드에 배당2백달러를 글었다. 토끼모형이 그라운드를 달리자 개들은 맹렬하게 뒤쫓는다. 고울인∼ 으아악! 또또 2번이 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