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8화> 애욕의 소용돌이(18)
기사입력 1996년 06월 28일 16시 20분
**묵린향이 공간을 갈랐다 "귀문(鬼門)이 열리니 북망(北邙)의 혼(魂)으로 남도다." 귀문절도는 외침과 동시에 이소야의 사혈(死穴)을 노리고 쇄도해 들었다. 그는 이번 공격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실패하면 그 결과가 참혹 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빤한 이치다.
극맹한 강기는 이소야의 일신을 산산히 분해 시킬 듯한 기세다. 맹도유객의 합공도 일품이었다.
그는 부러진 도(刀)로 극강의 도법을 전개하는 한편 다른 좌수(左手)를 뒤집어 노도와 같은 장력(掌力)을 분출 했다. 이들의 절기는 중원에서도 정평이 나있는 수법이었다.
이소야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마치 그들의 공격 범위를 꿰뚫어 보는 듯이 여유있고 한가하다. 동방산장의 이소야가 대황제일인으로 불려지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까닭이리라.
"물러가랏."
이소야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묵린향이 수직으로 공간을 갈랐다. 공력이 집중된 이 채찍은 칼날 보다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일으켰다.
파팟 하는 기음이 돌출되었다. 비명은 없었다.
귀문절도와 맹도유객의 미간으로부터 턱에 이르기 까지 다만 긴 혈선이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짧은 순간 핏물이 혈흔을 비집고 터졌다. 미세한 균열이 이마에서부터 서서히 아래로 확산되었다.
귀문절도의 동공은 경이로 가득했다.
"귀하는 대...관절 누...구요?"
그러나 그는 이소야의 대답을 기다리지 못한다. 급격히 수축되던 동공은 이미 하얗게 눈자위만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귀문절도는 끝내 이소야의 신분을 모르고 절명했다. 그는 아마 영원히 구천(九泉)을 헤매며 동방산장의 이소야를 찾으리라. 맹도유객 역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단지 그는 한웅큼의 핏덩어리와 함께 마지막 발악을 토해 냈을 뿐.
"청마...위는 널... 용서치...않으리라."
이소야는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나도 용서하고픈 마음이 아니다."
청마위의 고수 네 명이 창졸간에 당하고 말자 장내의 족 전사들과 촌장등은 경외(敬畏)의 시선으로 이소야를 우러른다.
촌장은 중상을 입은 두 명을 치료하여 감금하도록 하고는 이소야에게 당부한다.
"청마위의 임당은 스스로를 청마신군(淸魔神君)이라 호칭하며 청(靑)의 황실과 밀착하고 있소이다. 주로 족 출신의 무림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 세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외다. 임당은 간교하면서도 흉포하여 이번 일을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무현과 이소야는 촌장과 부락민들의 환송을 받으며 일단 말에 올랐다. 촌장은 눈물을 글썽이며 이별을 아쉬워 했다.
"부디...몸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이 늙은이의 힘이 필요 하시다면 언제고 불러 주십시오."
이소야는 그저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