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유럽축구선수권] 유럽정복 리베로 대결
기사입력 1996년 06월 28일 15시 29분
**독일 '마티아스 잠머' 대 체코 '카렐 포보르스키' `유럽정복은 내 발끝에서-.' 독일-체코가 다음달 1일 새벽 3시(한국시간) 우승을 놓고 격돌하는 96 유럽축구선수권대회는 양팀의 게임리더 마티아스 잠머(28.독일)와 카렐 포보르스키(24.체코)의 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리베로(자유인)인 이들은 그동안 수차례 고빗길에서 전력의 중추역할을 거뜬히 소화해내며 팀을 결승까지 끌어올린 주역. 70년대 축구계를 풍미했던 불세출의 축구스타 프란츠 베켄바워(51.독일)이후 최고 리베로라는 찬스를 한몸에 받고 있는 마티아스 잠머. 넓은 시야와 자로 잰듯한 패싱력으로 스위퍼이면서도 필드사령관역까지 톡톡히 해낸다. 또 리베로답게 적극적인 공격으로 와의 8강전(2대1 승)에서 결승골을 뽑아내는 등 위기때 특히 빛을 발하는 해결사다. 그의 이력(履歷)은 특이함과 함께 화려함 그 자체다.
잠머는 지난 90년 장벽이 붕괴되며 통독(統獨)이 된후 구(舊)동독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독일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다. 또 구동독시절 서독코치와 함께 술을 먹다 비밀경찰에 들켜 선수생명이 끊길 뻔한 위기도 있었다. 리더십이 뛰어난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보르시아 도르트문트팀의 주장을 맡아 올시즌을 비롯, 지난 2시즌동안 분데스리가 우승을 일궈냈을뿐 아니라 94~95시즌엔 MVP(최우수선수)도 거머쥐었다. 독일대표팀의 보그츠 감독도 그에 대한 절대 신임을 방증하듯 포지션이 중복되는 `독일 축구영웅' 마테우스의 대표팀 복귀 의지를 일언지하에 꺾은 바 있다. 이번 대회 들어 혜성(彗星)같이 등장한 카렐 포보르스키는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게임을 더할수록 드리블과 슈팅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8강전서 수비수 4명과 골키퍼까지 속인 그림같은 로빙슛은 그의 장기(長技)가 한껏 발산된 작품. 또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서도 비록 골을 얻진 못했지만 수차례에 걸쳐 프랑스 수비진을 교란하는 오버래핑과 정교한 드리블, 위협적인 슈팅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덕분에 포보르스키는 스카우트들의 제1표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명문팀인 유나이티드, 리버풀구단 등에서 입단 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결국 파란과 이변의 `유로(EURO) 96' 패권은 이 두 스타의 현란한 발끝 싸움에서 가려질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