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기사입력 1996년 06월 27일 14시 42분
## '빽'없는 승부사… " 파이팅" 한국이라는 나라처럼 `인맥'에 의해 움직여지는 나라도 드물다. 30년을 한결같이 정치판을 이끌어온 `3김 정치'가 영-호남과 충청 등으로 색깔을 정해 놓아 특정지역에서는 그 지역 출신들만이 득세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지연(地緣) 학연(學緣)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종교까지 들먹이며 줄대기를 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된 국영기업체 이사장 등에 특정지역 인사들이 대거 포진한 것도 능력보다는 인맥을 따지는 그릇된 속성때문이다. 따라서 연줄 없고 `빽' 없는 사람은 설사 능력이 있더라도 도태되어 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판도 마찬가지다.
정정당당히 싸우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스포츠에 `웬 인맥'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실제로 야구장에도 글로 쓰기에도 껄끄러운 단어인 `인맥'을 상당히 중요시 여기고 있다. 가 지역 연고제와 함께 출범해 지연을 따지지 않을수 없게 된데다가 학연은 물론이고 과거 직장동료라는 동질성까지 앞세운 `봐주기'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현재 판에 최고의 파벌은 파다.
해태 감독을 위시해 한화 감독, OB 감독, 감독 등 기존의 감독들이 출신이다. 의 맏형격인 김영덕씨는 재일동포이기는 하지만 OB 한화 등을 두루 거친 경력을 앞세워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감독과 롯데 감독은 출신이라는 끈으로 묶여 있다.
일본 에서 활약했던 삼성 감독도 서울에서 태어났고 경동고 출신이어서 지연 학연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렇게 볼때 8개구단감독중 가장 빽이 없는 사람이 쌍방울 감독이다. 그에게는 지연이나 학연이 없다.
재일동포인 그가 태어난 곳은 일본이고 그가 나온 학교도 당연히 일본이다.
국내에 들어오고 나서는 국가대표와 함께 에서 투수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재일동포라는 호기심으로 동료들이 친하려고 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고 커온 과는 쉽게 친해지기는 어려웠다. 그런 감독이 OB, 태평양, 삼성 그리고 해태 2군 감독 등을 거쳐 쌍방울에 들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연줄이 없어 고전은 해도 감독이 감독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가르치는 재주와 팀을 건설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10월 말 쌍방울을 맡은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꼴찌를 했던 팀을 집중력을 겸비한 근성의 팀으로 가꾸어냈다. 올시즌 꼴찌를 할 것이라는 국내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초반 선두를 유지하다가 잠깐 삐끗하더니 또다시 살아나 8연승으로 올시즌 최다연승기록을 세웠다. 빽이 없어 부당한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는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관리 야구'다. 통계에 바탕을 둔 선수기용과 전술을 펼치는 감독에게는 `자율'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야구에는 `타율'만이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야구장에서는 그를 `승부사'라고 불린다.
감독은 가장 큰 빽을 자신이 길러 놓은 쌍방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인맥, 파벌 등을 헤치고 달려온 야구가 그의 말대로 포스트시즌으로 도약할지 우리 모두 지켜보자.
< 야구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