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9)
기사입력 1996년 06월 23일 16시 26분
/// 담배를 피우는 여자(6) ///. 일본엔 없었다. 나의 친구 운운한 얘기는 에초부터 거짓말이었다. 그녀를 심리적으로 안심시켜 같이 가도록 하기 위한 거짓말, 둘이 어디서묵을 것인가를 물어 올 때 난 친구집에서 자고 그녀는 호텔에서 자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 위한 방어용 멘트였던거다. 에 도착했을 때 그 사실을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녀는 놀라지 않았다. 이건 또 뭔가?. 애초부터 거짓인줄 알고 있었다는 얘기인가? 그러나 도 들어가는`스카이 라이너' 특급열차에서 그녀가 담배를 피워물었을 때 엄청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담배를 사이에 끼운 손가락이 연신 파르르 떨리고 있는거다. 놀라지 않은 척 표정짓고 있는 거다. "죄송합니다. 거짓말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고 안심시키려고 그랬어요". "죄송할 건 하나도 없어요". 그녀가 담뱃불을 새로 붙여 푸 뱉어내며 한숨을 쉰다. "그런 왜 그렇게 한숨을 쉬어요? 화나지요?". "내가?... 아닌데... 나 화 안나요". 그녀의 심리변화는 담배를 피워내는 속도, 손가락 떨림, 연기를 뿜어내는 숨소리로 단박에 알 수 있다. 화난 게 아니라면 놀라고 있는 건 틀림없다. "10년 전에 진우씨랑도 이런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 속초 바닷가에 친구네 집에 가자고...". 난 으악 넘어갔다. 진우란 이름은 나의 죽은 형 이름. 이건 완전히형제는 용감했다가 아닌가. 우린 입을 맞춘 것은 아닌데 10년 터울로 똑같은 여자에게 똑같은 거짓말로 꼬셔 여행지에 데리고 갔다는 얘기 아닌가. 기차밖 일본시골을 꽤 아름다웠음에도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쇼크를먹은 건 이제 오히려 내쪽이다. "나 지금 좋아요. 기분이.. 생전 처음 해외여행이잖아요, 진규씨!봐요! 제게 말로만 들던 외국풍경이라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얼굴표정을 풀곤 들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기차 풍경을 즐겼다. 차창밖으로 바람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한, 꿈꾸는 듯한 여름이었다. 우리는 에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CD레코드점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투른 일본어이지만 그녀는 읽을 만큼의 말을 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때 외국어로 일본어를 했단다. 여학생친구들끼리는 그 당시부터 일본가요를 듣고 있었다. 일본에 가는 친척이 있으면 꼭 어느어느가수의 앨범을 사달라고 하거나 더 적극적인 여학생들은 남대문 시장의리어카에서 불법 카피된 판들을 사모았단다. 한 아이가 CD나 카세트 테이프를 구하면 그건 눈깜짝할 사이에 모든친구들이 집에서 또다시 카피했다. 그녀는 일본대중가요에 거의 정통하고 있었다. 기실 일본 CD 중고판을 사러 가자는 아르바이트도 그녀의 이런 내막을내가 알고 있었기에 제시한 카드였던거다. 우리가 신주쿠에 있는 중고 CD점을 나올 때는 거의 10분의 1가격으로산 일본가요 CD가 한박스나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