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돌아온 벨로드롬 '빡빡'도사-정달문 선수
기사입력 1996년 06월 21일 14시 50분
**보수교육 거부로 그동안 출전금지 **판사-수도승 꿈꿨던 괴짜플레이어 `돌아온 소림사 수도승-.' 정달문선수(38)가 머리를 빡빡 밀고 1년6개월만에 경륜장에 돌아왔다.
보수교육 거부로 지난 1년여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정선수는 지난 6일 선수 재등록 기록시험에 합격, 벨로드롬에 다시 나서게 된 것.
"지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할 참입니다. 머리를 깎은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입니다."
정선수가 지금까지 경주에 출전한 것은 모두 9차례.
이중 2위만 두번 기록했다.
비선수출신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 3년만에 일궈낸 성적이란 점에서 다소 의외다.
사실 그는 94년 경륜 시범경기때만 해도 현재의 1기 선수들과 어깨를 견주며 레이스를 펼치기도 했다.
"1년 넘게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 감각을 되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하지만 추입과 마크전법으로 연대율을 높이기 보다는 젖히기나 기습선행으로 화끈한 승부를 펼칠 생각이란다.
동료 선수들에게 `도사님'으로 통할 만큼 별난 인생을 살아온 그는 원래 판사가 꿈이었다.
자신처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힘이 되주기 위해서였다.
군 제대후 고시공부를 시작 했으나 장암 판정을 받는다.
그래서 요양삼아 찾은 곳이 경기도 안성의 한 암자.
3년 동안 스님 밑에서 수도승같은 생활을 하며 인생에 대해 수많은 번민을 했다.
지난 92년 건강이 좋아지자 그는 하산했다.
먹고 살기 위해 그는 건설공사 현장 잡부 등 막일을 닥치는대로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경륜선수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비록 고물 자전거였지만 자전거를 탄다는 게 그렇게 신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속에 쌓인 울분과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겨지더라구요."
그는 지난 94년 경륜선수가 된 후 1대 선수회장을 맡아 선수들의 권익옹호에 앞장서기도 했다.
정선수는 그동안 경기 출전을 앞두고 경주 감각을 찾기 위해 올림픽 벨로드롬을 찾았고 또 동료 선수들과 하루 50㎞씩 도로주행을 해왔다.
"올해 목표는 예선 레이스에 까지 진출하는 것입니다. 승부에 연연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빡빡 깎은 머리에서 승부사의 비장함이 느껴진다.
< 강병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