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바둑스타 휘호 부채 인기
기사입력 1996년 06월 21일 14시 49분
** 9단 '무심'-유창혁 9단 '능운' '우일신' **"인생과 바둑 즐거워야 한다" 서봉수9단 '낙' `바둑 부채'가 여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기원은 최근 국내 첫 시판한 이창호9단의 휘호 부채가 예상외의 선풍을 일으키자, 조남철, , 서봉수, 김인, 윤기현, 유창혁9단 등 제2, 제3의 휘호부채를 잇따라 발매하기로 했다.
바둑부채가 인기만점인 이유는 더위를 쫓는 시원한 합죽선에 바둑스타의 친필 휘호를 새겨넣었기 때문.
휘호에는 바둑스타의 바둑-인생관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창호9단은 `성의'(誠意). 사서삼경 대학편의 8조목중 하나로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을 표현했다.
이9단은 얼마전까지 `치지'(致知)를 썼으나, 대만의 임해봉9단이 즐겨쓰는 명구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성의'로 바꾸었다.
9단은 `무심'(無心)이 전매특허. 마음을 비운 덕에 올해 무관에서 다시 3관왕에 올랐다.
유창혁9단은 `호기능운'(豪氣凌雲)의 `능운'으로 기개를 과시한다. `우일신'(又日新)을 제2의 휘호로 채택하면서 생애 첫 3관왕과 응창기배 4강에 올랐다.
`고자(高者)는 선승(先勝)이후 구전(求戰)하나, 하자(下者)는 선전(先戰)이후 구승(求勝)한다'는 긴 명구는 한국바둑사의 산증인인 조남철9단의 휘호.
마구잡이로 싸운 뒤에야 승패를 돌아보는 어리석은 하수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서봉수9단은 1글자 `낙'(樂)으로 대변한다. 일명 `낙-철학 박사'인 그는 "인생과 바둑은 즐거워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국 바둑부채가 선물용으로 인기.
유학파 조치훈9단은 처음엔 외로운 구름(고운.孤雲)이었으나, 일본 최고봉에 오른 이후 평상심을 강조한 `소심'(素心)과 `정적'(靜寂)을 즐긴다.
섭위평9단은 한때 기개가 하늘을 꿰뚫는 `충천'(沖天)을 과시했으나, 성적이 나빠진 요즘은 `이창호식'의 깊고 두터운 바둑을 두자는 뜻인지 `심후'(深厚)로 돌아섰다.
반면 지난해 세계 2관왕인 마효춘9단은 `수의'( 意)를 즐겨 쓴다. 술마실 때 한국 사람이 `원-샷'하면, `싫다, 난 내 뜻대로'를 강조하는 중국말이 `수의'이다.
고바야시 고이치9단은 `천도'(天道)를 달리다, 무관으로 전락한 요즘 `비상'(飛翔)으로 비상할 꿈을 꾸고 있다.
미학의 대가 오타케9단은 `석심'(石心), 다케미야9단은 `우주류'(宇宙流), 괴물기사 후지사와9단은 구름따라 물따라 `행운유수'(行雲流水)의 바둑철학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