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근] 돌아온 골잡이

기사입력 1996년 06월 20일 16시 17분


**옷장수 전전끝에 화려한 재기 `화려한 부활.' 19일 밤 수원에서 이기근(李基根.31.삼성)의 `원맨쇼'를 지켜본 축구인들의 이구동성이다. 이기근은 이날 부천 과의 수원 홈경기서 전반 28분과 30분 2분 사이에 혼자 2골을 뽑아내며 신생팀 수원 삼성에 파죽의 4연승을 선사, `돌아온 골잡이'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알렉세이(러시아)의 수비실책을 잽싸게 포착한 선제골이나 팀동료 전재복의 강슛을 전광석화같은 오른발 아웃사이드 킥으로 연결한 것은 골게터로서의 동물적인 감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기근의 성공적인 재기로 수원 삼성에는 `굴러온 복덩이'가 3명으로 늘었다. 올초 전남 드래곤즈와의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손에 넣은 한국 최고의 게임메이커 파벨 바데아(29.)와 역시 전남이 버린 골키퍼 우(31), 그리고 이기근이 이들이다. 올해 데뷔한 삼성이 쟁쟁한 선배구단들을 제치고 창단 13년만에 첫 우승을 노리는 울산 현대와 승점 1차의 선두다툼을 하게된 것도 이들의 `예기치 못한' 수훈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의 전 소속팀인 전남과 대우로선 땅을 치고도 남을 일.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기근은 `옷장수'였다.

포항아톰즈 시절(87~91년) 평생 한번도 어렵다는 득점왕을 두차례나(88,91년) 차지했던 그지만 92년 완산푸마(전북버팔로의 전신)로 이적했다가 팀의 공중분해로 급락, 94년말 대우에서 은퇴한 후 호구지책으로 의류업에 손을 대는 처지가 됐던 것. 그러나 `그라운드에의 향수'는 그로 하여금 체면불구하고 대우시절 감독이었던 조광래 삼성 코치를 찾아가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억대 연봉선수들이 즐비한 요즘 월 150만원의 신인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는 "축구를 다시 하게된 것만도 더없는 영광"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말 후회없이 축구화를 벗을 수 있도록 맘껏 그라운드를 누빌 작정입니다."

이기근의 성숙한 다짐이다.